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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점

삶의 지루함이 느껴지는 이유에 대한 생각

by 노연석

아침에 출발했던 곳으로 다시 돌아왔다.

원점이다. 공허한 느낌이 들었다.


매일 반복되는 이 순간을 바라보고 있으면 이 삶이 영화 메멘토와 다를게 무엇인가? 란 생각이 든다.


내가 내 의지대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 같지만 누군가의 조정을 받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자유 속에서 살고 있지만 자유롭지 못하다. 보이지 않는 철창에 갇혀 벗어나지 못한 채 오늘도 메멘토가 되어 살아간다.


매일, 어제를 리셋하고 오늘을 다시 살아간다. 내일이 오늘과 다를 게 없다는 것에 아쉬움 느끼기보다 그러려니 슬쩍 넘어간다.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조금은 서글퍼지기도 한다.


출발 점을 떠나 머무는 곳에서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있다 보니 그 삶이 많이 다르지 않아 보인다.


물론 그 속에 있는 다른 사람들은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재미없는 삶은 아닐 수도 있다. 그것이 어디에서 오는 차이 인지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아마도 개인의 성격, 추구하는 바, 취미, 삶을 바라보는 태도 그런 것들일 것이다.


그리고 나이가 아닐까.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이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그렇다면 틀린 생각이 아닐지도 모른다.


왜 그럴까 생각을 해 본다. 지난 세월 동안 나는 지금 내가 느끼는 메멘토 같은 삶을 살지는 않았다. 가슴 설레게 하는 것들 좋아하는 것들을 쫒으며 새로운 것을 접하고 참여하며 지루하지 않은 삶을 살았다.

시간이 지나고 지나 30년이 넘는 직장 생활, 사회생활을 하면서 새롭게 다가가고픈 것들이 줄어들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리고 , 쉰을 넘어서며 하나둘씩 내 의지와 상관없이 다가오는 것들도 있다. 특히 모든 것들에서 설렘이 줄어들었다. 많은 사람들 앞에 서면 떨리던 심장도 더 이상 두근대지 않는다. 한번 입을 열면 그칠 줄 모른다. 쓸데없는 고집이 더해간다. 겉으로는 천사 같은 얼굴을 하지만 속에는 아제가 자리 잡고 있다.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이런 고민들이 원점에서 시작해서 원점으로 돌아가는 동안에 무수히 반복된다.


혹시 갱년기인가?라는 의심을 보기도 한다. 그럴 나이가 되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 나니 사춘기가 된 것 같은 느낌이다. 갑자기 밀려오는 이 창피함은 뭘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일 또다시 원점에서 시작을 하겠지. 오늘과 다르지 않은 내일이 펼쳐질 것이라는 사실에 설렘 같은 건 생기지 않을 거다. 힘겹게 일어나 지친 몸을 끌고 나와 다시 원점으로 돌아 올 시간을 기다리다릴 거다.


얼마 전에 집사람이 내가 요즘 많이 투덜댄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 것 같다. 정말, 어쩌면, 인정하기 싫지만 나이 들어오는 사춘기가 맞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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