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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봄맞이

겨올에서의 탈출

by 노연석

어제보다 살짝 떨어진 기온이지만 영상의 날씨라 평소보다 가볍게 입고 집을 나선다.

바깥 날씨는 기대만큼이나 포근하다.

한 참을 걷다 보니 나를 스쳐 지나는 바람결이 봄이 왔음을 알리고 저만치 멀어져 간다.

겨우내 입고 다니던 무거운 옷들의 무게 마음의 무게들이 바람에 실려 날아가 버리는 것만 같다.


새로 신발을 하나 장만 했다.

이 봄을 새롭게 시작할 마음으로 조금 과욕을 부렸다.

지금까지 신어오던 신발들이 마치 엉망이 되어버린 지난 몇 년간의 내 모습과 닮아 있었다.

얼룩들은 지워지지 않고 수많은 상처들은 치유가 되지 않는다.

달아버린 밑창을 볼 때마다 새 신발을 사야겠다고 마음을 먹어 왔지만 늘 무언가에 밀려 기억 속에서 잊히고는 하고 다시 달아버린 밑창이 불쌍하다는 생각을 한다.

세월의 풍랑 속에서 달아버린 나를 바라보는 듯하다. 늘 그렇게 삶을 미루며 살아온 것 같다.


새로 산 신발은 그냥 새 신발은 아니다.

떼 묻은 신발과 같은 내 인생의 떼를 말끔히 씨어줄 존재이자 새로운 길로 들어서는 전환점이다.

그런 마음으로 새 신발을 샀다.

찌들어버린 것들을 버리고 깨끗하게 시작을 위한 시작이다.

한 결 가벼워진 옷차림과 신발 덕분에 그동안 나를 누르던 무게감들이 떨쳐진 것 같다.


상처 난 마음, 복잡한 생각들, 나를 감싸고 맴돌고 있던 어두운 무게의 짐들도, 여기저기 난 생채기도, 얼룩진 그늘도 모두 사라지기를 바란다. 그렇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안된다고 생각하는 것들, 늘 걱정거리로 붙들고 있는 것들, 모두 시작 앞에 발을 떼는 시점으로부터 이겨 낼 수 있다고 믿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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