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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오필리아노 Aug 09. 2023

오늘은 펜으로 글을 써 보고 싶었다.

아무리 급해도 순리대로

디지털 디바이스에 밀려나 잉크가 말라 버리다 못해 굳어버린 만년필을 오랜만에 꺼내어 들었습니다.


새로운 잉크로 충전을 해 주고 아무리 글을 써 보려 해도 굳어버린 잉크를 녹이는데 시간이 많이 소요되나 봅니다.


괜히 한번 흔들어 댔다가 잉크가 사방에 튀어 버리고 어느새 손에는 잉크 범벅이 되어 버렸습니다.


늘 이럴 때마다 반복되는 일인데 손에 잉크를 묻히지 않는 때가 없는 것 같습니다.


조금함. 아마도 빨리 글을 써 보고 싶은 마음이 앞서다 보니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하지 않은 채 의욕만 앞서서 일을 크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종이컵에 물을 담아와 만년필 촉을 잠기게 담가 두고 5분쯤 지나니 물컵 속은 어느새 검은 물이 들어 버렸습니다.


만년필을 꺼내어 종이에 선을 그어 봅니다. 물을 머금은 만년필의 촉에서는 물과 잉크가 섞인 색으로 선을 그려 냅니다.


어느 정도 물기가 사라지고 이제 제대로 된 잉크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삶의 모든 순간이 억지로 되는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이 순리대로 진행이 되어야 탈이 없고 말이 없이 잘 지나갑니다.


아무리 급해도 바늘을 허리에 매어 바느질을 할 수 없듯이 정해진 룰이 있다면 따르는 것이 맞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원래의 룰 보다 더 창의적일 수 없다면….


오랜만에 아날로그 감성에 젖어보려다. 잊고 살았던 진리를 떠올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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