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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오필리아노 Aug 12. 2023

추억의 돈가스를 만나다

설램과 기대

방학 중이라 텅 비어 있는 캠퍼스를 오랜만에 발을 들여놓았습니다. 다니던 학교는 아니지만 대학교에 간다는 것만으로도 왠지 더 젊어질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강당, 강의실이 낯설고 어색 하기는 하지만 젊음의 향기가 느껴집니다. 나이가 들어서 인가? 교수님들이 너무나 젊고 생기가 넘칩니다.


회사에서도 가끔 교육을 받기는 하지만 빽빽한 좌석이 늘어선 좌석, 조금만 움직여도 옆사람과의 스킨십이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좌석에 장시간 앉아 있으려니 여기저기서 고통의 신음 소리들이 들려옵니다.


어떤 분들의 불만은 높은 강의실 천장에 맞닿을 듯 토해 내기도 합니다.


그래도 저는 이 자리가 마냥 좋습니다.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이는 자리라 이 정도쯤은 용납이 됩니다. 사실 며칠 지나면 또 다른 생각을 가질 수는 있습니다.


수업을 듣다 보면 일할 때만큼이나 배도 빨리 고파지는 것 같습니다.


오전 수업이 끝나고 불이 낳게 식당을 찾아 발걸음을 재촉해 봅니다.


조금 늦깎이로 대학에 입학해서 졸업을 하기는 했지만 그 시절과는 많은 변화가 있습니다.


식당에 도착하자 가장 먼저 반기는 것은 주문을 위한 키오스크였습니다.


요즘 여기저기 키오스크가 있기 때문에 익숙하기는 하지만 학교 식당에서 만나는 키오스크는 낯설기만 합니다.


대학 식당에 오면 돈가스가 먹어보고 싶었습니다. 학교 다닐 때 정말 많이 먹었던 기억이 나서인지 다른 메뉴는 보지도 않고 키오스크 하면에서 돈가스 버튼을 누릅니다.


등심 돈가스를 주문했는데 가격이 과거에 비하면 많이 오른 것이기는 하지만 6,300원이라는 놀라운 가격에 맛볼 수 있다는 기대에 부풀었습니다.


한참을 기다린 후에 37번 주문 번호가 주방 디스플레이에 뜸과 동시에 "띵동" 소리가 울려 댑니다.


배도 고프고 기대감에 서둘러 등심 돈가스를 받아 들어 식판에 올기고 추가 반찬인 김치, 단무지와 밥을 퍼서 접시에 올립니다.


비주얼은 옛날 그 시절에 먹던 돈가스와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기술이 변해도 변하지 않는 것도 있는 것 같습니다.


포크와 나이프로 돈가스를 해체한 후 한입 가득 머금고 우물거리며 맛을 음미해 봅니다.


"어, 나쁘지 않은데"


비주얼은 그다지 좋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방금 기름에 튀긴 돈가스는 바삭거리고 특별한 것 없는 소스가 오히려 돈가스 본연의 맛을 내고 있어 호불호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오물거리다 보니 어느새 접시가 깔끔해졌습니다.


한 끼 식사를 제대로 잘 해결했습니다.


아직 학교는 방학중이라 학생들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한가로운 캠퍼스 이곳저곳을 돌아보고 싶지만 아직 카눈의 영향으로 비가 계속되고 있어 햇살 가득한 날을 기다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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