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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오필리아노 Sep 20. 2023

아. 나도 딸바보였네.

의미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2주 전 딸아이는 본인이 상상하던 미지의 세계로 떠났다. 꿈꾸는 것을 누구보다 현실로 잘 만드는 딸아이의 실행력은 우주 최강이 아닐까란 생각을 가지며,  세상에 이런 부류의 사람들이 넘쳐난다는 것을 50이 넘은 나이에 알아간다.


낯선 나라, 낯선 도시로 떠난 딸아이의 인스타그램에는 매일 휘발성 스토리가 올라온다. 비휘발성 증적을 남기기 싫어하는 성격이 정확히 어떤 마음인지 알 수 없지만 아마도 사라지는 사진을 자신의 뇌 속에 더 깊은 스토리로 새기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더 추억하기 좋은 조건을 만드는지도 모른다. 진실은 타자의 시선을 의식해서 일수도 있지만...


매일 올라오는 휘발성 사진들은 아이가 이제 것 만나지 못했던 새로 것을 의식하는 과정이고 간접적으로 엄마 아빠 가족들에게도 의식하게 해 주는 창구가 되어준다.


매일매일 올라오는 스토리들은 나에게도 새로운 세상을 접하고 자극하게 하는 촉매가 되어준다. 인스타그램 활동을 하지 않는 나이지만 매일 인스타그램에 들어가 아이가 보여주는 새로운 세상을 보면서 나의 편견들이 하나둘씩 꼬리를 내리고 있음을 인지하게 된다.


아이가 보내오는 신호들이 다시 돌아오는 날까 계속되기를 바란다. 돌아오는 날까지 계속 올릴 거리가 있다는 것은 그곳에 정말로 잘 갔다는 것일 테고 잘 즐기고 있다는 것일 테니.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 수 있는 이번 교환 학생의 시간이 삶의 전환점이 되고 세상으로 좀 더 쉽게 한발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는 발판이 되어 주기를 바란다.


매일 올라오던 스토리가 올라오지 않는 순간이 오지 않기를 바라지만 그렇다는 것은 그곳의 생활에 익숙해진 것이고 조금 더 현지 사람에 가까워진 것이기에 더욱더 안심할 거다.


그러나 난 인스타그램에 헛걸음을 하는 날이 많아지고 어쩌면 오늘은 올렸나란 기대로 기웃거리며 허무한 시간 속을 떠돌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제는 축구를 좋아하지 않고 한 번도 관심 있게 본 적 없는 아이가 축구를 보러 간다고 연락이 왔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경기를 하는 팀이 어느 나라인지도 모르고 간다는 말에 왜 그럴까란 생각을 했지만 이내 잘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앞으로 축구를 좋아가게 될지 아닐지 모르지만 새로운 것에 발을 딛었다는 것만으로 이 또한 본인의 삶의 영역을 확장하고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하는 것이고 이 경험이 적어도 삶을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면 됐지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회사 집 회사 집으로 무한 루프 속에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난 새로운 것에는 쉽게 도전하지 못한다. 이런 성격 탓에 아직도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는

다.


그런 면에서 계속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있는 딸아이에게 응원하고 한수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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