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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오필리아노 Jan 05. 2024

기록을 좀 해 보려고 합니다.

기록의 중요성을 깨달아 갑니다.

요즘 김익한교수의 <거인의 노트>라는 기록에 관한 책을 읽고 있습니다.


그동안 독서는 꾸준히 해 오고 있지만 독서에 대한 기록은 거의 하지 않고 책 읽기만 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책을 읽다 보면 내용들이 너무도 훌륭하고 마음에 와닿고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아 기억을 해 두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책장을 더 넘기다 보면 어떤 내용이었는지 생각이 나지 않게 되는 일들이 반복되고 이렇게 책을 읽는 것만 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무작정 책장을 넘기는 것이 습관이 되어 버렸던 것 같습니다.

책을 읽으며 내 것으로 만들고 싶어 밑줄을 그어 놓은 문장들도 멈추지 않고 읽어나가다 보면 다시 돌아보게 되는 일이 없어 그냥 낙서만 한 격이 되어 버립니다.


가끔은 그 밑줄 쳐진 문장들을 노트로 옮겨 담아보는 필사를 해 보고 문장을 다시 되새겨 보기도 하지만 습관으로 만들어진 못하다 보니 연중행사와 같이 잠시 반짝거리다 빛을 잃어버리곤 합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책 속의 문장들은 나의 머릿속에서 가슴속에도 새겨지지 못한 채 구천을 떠도는 영혼처럼 내 주변에서 맴돌기만 합니다.


저는 메모는 잘하는 편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지난 30년 이상의 회사 생활을 하면서 쌓아온 노트들을 보고 있으면 기억조차 나지 않는 내용 문장들 가득합니다. 빼곡하게 쓰인 문자들이 내가 썼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은 못난 글씨채뿐입니다. 일부는 나의 지식이 되어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기는 하지만 많은 것들이 머릿속에 자리 잡지 못한 채 멀어져 간 것 같습니다. 머릿속에 담을 수 있는 용량의 한계가 있어서도 일 수도 있지만 메모한 내용들을 완전한 내 것으로 만들어 보려는 노력들은 하지 않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회사생활에 연차가 쌓여가면서 회의 시간에 회의실 공간을 가로질러 흩어지는 말들을 잘 주어 담아 메모로 정리하는 것을 점점 더 잘하고 있다는 착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들을 요약해서 빠르게 정리를 하는 것은 회의 문화가 많은 우리 현실에서 자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익숙해진 습관이 되어 버렸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메모들을 다시 들여다보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으니 애꿎은 종이와 잉크만 소비를 하고 있던 것은 아닌가란 생각을 하면서 한동안 종이가 아닌 모바일 기기들을 활용한 메모를 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나 펜으로 글을 써가는 느낌을 모바일 기기의 디지털펜이 쫓아올 수는 없습니다.


책에 밑줄도 긋고, 가끔 필사 하기도 했고, 메모를 그래도 잘한다고 생각했었지만 그것을 다시 내 생각이 담긴 기록으로 변환을 하는 작업을 할 줄은 몰랐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울러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하는 행위들 모두가 기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런 기록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역량의 창고에서 꺼내여 표출하는 것이고, 무의식에 가둬진 지식을 꺼내어 지식이 되도록 한다는 문장들을 되새기며 공감을 하는 시간도 가져 봅니다.


기록이라는 것은 단순히 글을 옮겨 적는 것도 아니고 수첩이나 메모장에 적어내는 글도 기록은 아닌 것이었습니다. 필사하고 메모한 문장들을 다시 되새겨 보고 문장들이 나에게 주는 의미, 생각들을 떠올려 보고 정리해서 정돈된 형태로 다시 옮겨 적는 활동을 통해 뇌에 기록을 하고 누군가 물어보면 자동화된 기계처럼 바로 튀어나와 말을 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드는 것이 기록이라는 것에 공감을 해 봅니다.


우연인지 몰라도 최근에 운동을 하면서 운동일지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운동 시작 전에는 지난 기록을 보고 개선해야 할 동작들을 머릿속에 담아두고 오늘 해야 할 운동의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가끔 의도치 않게 삼천포로 빠지는 일들이 있는데 그런 상황을 방지하기도 합니다.

또한 이전과는 다르게 뭔가 체계적이고 단계적으로 한 계단, 한 계단을 오르고 있다는 느낌이 들고 여기에 단계마다 수행해야 할 계단을   밝고 올라설 때마다 만나는 결과는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운동일지 작성할 때 가장 중요한 부분은 잘한 점, 보완점이라고 생각하는데 운동 시작 전에 지난 회차의 장단점으로 기록한 문장들을 읽으면서 각성을 하게 됩니다. 전과 같이 기록하지 않고 나의 상태를 들여다보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면 운동은 무의미하고 단순히 체력단련을 위해서 하는 운동에 지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새해를 시작하며 기록하기로 한 운동일지와 이 책을 읽으면서 배우게 된 기록에 관현 내용들이 융합이 되면서 좀 더 시너지가 나고 있고 직접적인 체험을 통해 기록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깨달아 가고 있습니다. 이것이 습관으로 자리 잡아 멈추지 않고 계속 갈 수 있는 한 해를 살아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사진 :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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