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그날처럼

누구도 안심할 수 없던 그날, 그리고 오늘.

by 노연석

1998년 5월

"선배, 소식 들었어요. IMF라 경기가 좋지 않아 우리도 구조 조정을 한다네요."

"진짜?"

"우리 부서에서도 명퇴 신청이 있을 거라는 소문이 있어요."


"모두, 모이세요. 긴급회의입니다.".

부서장이 갑자기 긴급회의를 소집했고 전체 인력 모두 참석하고 하라고 지시가 내려졌다.

전체 인력이 모이는 일은 흔치 않은 일이라 무슨 일이 있는가? 사람들은 웅성 우성 거린다.

"다 모였나요?"

"네, 휴가자 외 모두 참석했습니다."


부서장은 뜸을 들이다 이야기를 시작했다. 본인도 괴로워하는 눈치다.

"여러분들도 알고 계시겠지만 IMF로 인한 경기불황에 맞서기 위해 우리는 지속적으로 경비절감을 위한 노력을 해 왔습니다. 이미 일부 직원은 파트너사 전환을 해야 했고, 각종 경비절감 활동들을 열심히 하여 IMF 극복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는 등 여러분들이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의지와 관계없이 위에서 우리 부서도 인력 조정 지시가 내려왔습니다."

누구도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숨죽여 계속 듣고 있다. 혹시 내가 대상자가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을 하면서..

"흠~흠~흠~" 부서장은 본인도 이야기 어려운 상황이라 헛기침을 해 본다.


"안타 갑지만 대상자들은 이미 면담을 완료하였습니다. 오늘 휴가로 참석하지 못한 두 분이 대상자로 선정이 되었습니다."

"오랫동안 같이 근무를 같이 해 온 분들이라 가슴이 저도 아픕니다."

"다행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여러분들을 위해 흔쾌히 퇴사 결정을 해 주셨습니다."

"나중에 만나시면 고생했다고, 고맙다는 말 한마디씩이라도 해 주시기 바랍니다."

"경기가 좋지는 않지만 떠나는 분들을 위해 조촐하게나마 송별회를 준비할 테니 많은 참석 바랍니다."

소문은 들었지만 이 일은 신속하게 진행이 되었고 소문 돌 때 혹시 내가 명퇴 대상자가 되는 것은 아닌가 노심초사 걱정을 하며 며칠을 보낸 사람들, 안도의 한숨을 쉰다.

긴급회의는 끝나고 웅성 우성 거리며 사람들은 회의실을 빠져나왔다.


"이야기 들었어, OOO선배는 후배들 걱정하면서 자신이 먼저 명퇴 신청을 했데"

"그래? 그 선배, 후배들에게 진짜 잘해 줬는데. 안타깝다."

"나도 지난번에 도움을 많이 받았었는데, 남아 있어야 할 분이 떠나네.ㅠㅠ"


1997년 IMF 사태로 경기는 불황일 수밖에 없었고 회사는 이례적으로 인력 구조조정을 강행하였으며 누구도 이에 맞서 싸우는 사람은 없었다.

다행히도 나는 구조조정 대상자가 되지는 않았지만 그때 먼저 회사를 떠난 두 분 때문에 어쩌면 아직까지 내가 이 자리에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정확한 걸 알 수 없지만 그때 나는 나이도 어리고 아직은 성장 가능성이 있어 보였나 보다.


내가 경험했던 구조조정, 처음 맞이하는 낯선 경험, 그 이후로 이런 구조 조정은 없었다. IMF 시대 얼마나 경기가 좋지 않았었는지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경험이었다.


2020년 5월

IMF도 아닌데 경기는 그때처럼 코로나 19의 늪에서 비슷한 상황을 만들고 있다.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지원으로 지역경제는 어느 정도 활성화되는 것처럼 보이고 있지만 재난지원금 투입 전후 효과를 평가해 봐야 하는 시점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자영업자나 중소기업을 운영하시는 분들은 상대적으로 대기업들에 비해 더 어렵고 힘든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재난지원금을 통해 어느 정도 갈증이 해소될 수 있으리라 생각이 되지만 장기화가 예상되는 코로나 19에 대응하는 임시방편일 뿐이다.


지금 내가 느끼는 경기 체감은 IMF 시절보다 더 차갑고 싸늘하게만 느껴진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로 양국 간의 경제 대립이 경기 침체 상황을 만들었고 코로나 19로 인해 더 깊은 시름에 빠져있다. 사실 IMF 시절 나는 경제에 관심도 개념도 없던 라 체감이 덜 했을 수도 있지만 지금은 대한민국의 경제 상황이 어느 정도 눈에 보이다 보니 걱정 많아지는데 나 혼자만의 쓸데없는 생각이었으면 한다.


어렵다, 어렵다고 다들 그렇게 이야기는 하고 있고 나도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신기한 것은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에도 주변 식당이나 퇴근길에 술집 안을 들여다 보아도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요즘 골프장은 부킹을 하기 힘들 정도로 부킹 가능한 시간대를 찾기 힘들고, 심지어 어마어마한 골프인구의 증가와 골프장의 각종 부대비용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요즘 코로나로 인해 골프는 기회가 거의 없지만 비용을 알아보니 그만두어야겠다는 생각까지 하게 만든다.


어떤 것이 맞는지 잘 모르겠다. IMF 시대를 겪어본 나의 체감은 IMF 시대 그 이상이라고 생각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면서 사람들을 밖으로 더 나오게 만들고 접촉은 더 많아지게 되어 사회적 거리를 더 두어야 하는 시점에 사회적 접촉이 더 많아지는 상황은 아이러니하다.


재난지원금의 활용 현황도 궁금하다. 필요한 곳에 잘 사용을 하고 있는 것인지. 우리 가족 지출은 대부분 생필품을 사는 데 사용되었지만, 어쩌면 사용하지 않아도 될 소비를 더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지역 경제의 활성화를 위한 방법이라고는 하지만 잘못된 생활 습관 만드는 것은 아닌지? 긴급재난지원금 카드에 잔액이 줄어들 때마다 사람들은 아쉬워하거나 불안해하고 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가장 큰 문제는 사람들과의 접촉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생활 방역으로의 전환이 난 실패 했다고 본다. 이미 다들 아시는 사건으로 확진자가 증가 추세이다. 좀 더 힘든 시기를 보내더라도 확실한 방역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2020년 대한민국의 재정은 IMF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많은 외화를 보유하고 있지만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른다. 위기 상황에 사용해야 하는 돈임에 틀림이 없지만 다시 좀 더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속하여 박멸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IMF와 같은 시대를 다시 맞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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