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밖으로의 도피
언제부터인가 잠자리에 누우면 눈을 감으면 펼쳐지는 어둠 속에서 상상의 풍경들을 그려 보곤 한다.
어떤 때는 바라던 풍경이 펼쳐지지만 그렇지 않을 때가 더 많다. 이것 조차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눈을 감고 펼쳐진 세상을 쫓아가다 보면 나도 모르게 잠이 들기도 한다.
생각이 많은 날. 그래서 잠이 오지 않는 날. 눈을 감고 상상할 것을 감긴 눈앞에 펼쳐 놓는다.
퇴근길. 하루 종일 모니터의 빛으로 피곤해진 눈에게도 쉼을 주기 위해서도 버스 안에서 눈을 감고 상상의 세상을 펼쳐본다.
눈을 감고 어두워진 세상에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는 것은 피곤을 달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오만가지 생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하루 종일 눈을 통해 받아들여져 머릿속에 새겨진 기억하기 싫은 것들에서 도망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들이 머릿속에 파고드는 것을 막아 보기 위해서다.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사건. 이미 일어났으니 빨리 종식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나 또한 다른 사람들과 같은 마음이다.
사람들을 혼돈으로 몰아간 사건이 나 또한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그 혼돈의 시간 속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른 상상의 세상 떠나 본다. 어쩌면 회피, 도피 일 수도 있겠지만 나라는 사람은 애초부터 이런 일에 관심이 없었지 않은가? 그런데 왜 자꾸 이 사건이 무고한 나의 발목을 잡는지 모르겠다.
나라면 타인의 비판을 받으며 불확실한 미래를 만들어 가느니 그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 날 것 같은데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없다. 나는 원래 타인에게 피해를 주기 싫어하는 사람이라 그렇겠지. 내가 좀 손해를 보는 편이 마음이 편안 사람이라서 그렇겠지.
권력을 앞 세워 이득을 보려는 사람들. 권위를 앞 세워 잘못을 정당함으로 바꾸어 보려는 사람들. 그들은 한 철만 장사를 하고 접으려는 것인가?
이런 생각들을 떠올리기 싫어 눈을 감고 다른 세상을 눈앞에 펼쳐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