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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와 기다림

by 노연석

맹신하며 걸어 나가다 길을 잃을 때도 있고 아무리 노력을 해 봐도 길이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하지만 어느 때든 길은 여러 갈래로 우리 앞에 놓여 있다. 내가 가진 고집과 편향된 생각들이 눈앞에 놓인 길들을 인식하지 못할 뿐이다.


하늘이 무너진 것 같은 상황에 목표로 했던 길에서 멀어졌다고 해서 끝은 아니다. 생각을 하면 할수록 그 상황이 암담하지만 사실 무너지고 나면 또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목표로 했던 길로 갈 수 있는 순간은 다시 준비하고 기다리다 보면 만나기 마련이다.


눈앞에 놓인 고통스러운 순간, 고뇌의 시간들 속에서 길이 보이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내가 가고 싶은 길은 정해져 있으니 다른 어떤 길도 길이 아닌 게 되고 내가 가려던 길이 전부인 것 같지만 한걸음 물러나서 보면 확신에 더 확신을 같게 되거나 내가 가려던 길이 틀렸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될 수도 있다. 암담한 순간에 우리에게 찾아오는 것은 미래에 대한 불안함 때문일 뿐이고 미래는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길은 수도 없이 많이 있다.

그러나 나 조차도 다른 길을 둘러보지 않고 한 길만 걸어왔다. 아무런 목표도 없이 목적지를 잃은 채 한 길로만 왔다. 거기에 그렇게 한길만 가겠다는 고집은 없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내가 선택한 길로 가지도 못했다. 다른 길로 왔지만 그래서 목적지가 달라졌지만 꽤나 괜찮은 우연적 선택이었다. 그리고 의심 없이 그곳에서 정말 평범한 삶을 살았다. 착실하게 회사를 다니고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낳고 키우며 그렇게 살다 보니 내가 어떤 길을 가고 싶어 했었는지 모두 다 잊혔지만 나쁘지 않았다. 부자는 아니지만 먹고살만하고 아직도 그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직장이 있다.


아이들을 다 키워 놓고 보니 과거의 나를 다시 바라보게 된다. 그때 내가 이 길로 오지 않았다면 어떤 삶을 살았을까? 지금보다 더 괜찮은 삶이었을까? 지금보다 더 괜찮은 삶을 살았을 수도 있었겠지만 더 괜찮은 삶을 살았을 것이라는 보장은 할 수가 없다. 과거에 짐작할 수 없었던 미래, 지금은 그래도 꽤 괜찮은 삶이다. 후회가 없지는 않지만...


어떤 길로 가야 한다는 것에 정답은 없다. 가고 싶은 길로 가야 후회가 없는 것은 분명하다. 당장 눈앞에 놓인 어려움, 현실 때문에 도피를 하지 않는다면 가려던 길을 갈 수 있다고 나는 확신한다. 피할 것이 아니라 받아들이고 준비하고 때를 기다린다면 언젠가 그곳에 도달하게 된다. 절망의 순간에 해야 할 일은 안정감을 가질 수 있도록 감정을 다스려야 한다. 감정에 휘둘려 미래를 포기하지 않게 만들 수 있는 침착함을 유지해야 한다. 그래야 꿈꾸던 미래가 보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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