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가까워진다.
눈, 첫눈은 사람들의 마음을 들썩이게 한다. 동심으로 돌아가는 것일까?
그러나 그것도 잠시뿐이다. 걱정거리만 늘어난다. 미끄러워진 거리와 도로에서는 넘어지지 않으려 애쓰고 자동차들은 사고가 나지 않게 조심조심 운전을 해야 한다. 자영업을 하는 사장님들은 가뜩이나 손님이 줄어 속상한데 가게 앞에 쌓인 눈을 치워야 해 속이 더 상하다. 힘없는 말단 공무원들만 더 분주해진다.
설렘만큼 가져다주는 것은 너무나 적음에도 첫눈에 설레고 마음을 들썩이게 한다. 처음, 언제나 첫 번째는 사람들을 매료시킨다.
두 번째, 세 번째... 그렇게 반복되어 내리는 눈에는 감흥을 읽게 된다. 이제 제발 눈이 그만 왔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기 시작한다. 아! 또 눈 오네.
처음엔 그래도 눈이 왔으니 어쩔 수 없으니 기대까지는 아니지만 긍정적으로 변화가 있기를 기대하며 눈을 치웠다.
하지만 돌아보면 모든 순간들이 첫눈 뒤에 오는 눈 같은 것이었고 미끄러운 도로를 위험 천만하게 달리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도 그렇게 달리고 있다. 그러나 멈추지는 않을 것이다. 어떤 이들은 눈 속에 갇혀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저 눈이 녹을 때까지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다. 미끄러운 도로에서는 계속 대형사고들이 나고 있고, 눈 속에 파 묻힌 사람들은 점점 더 고립되어가고 있다. 눈을 치울 의욕을 점점 더 상실해 간다.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눈 속에서 고충을 겪는 사람들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그 순간을 모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지원해 주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의 주인공들은 쌓여가는 눈은 뒷전이고 누가 눈을 치울 것인지 공방을 벌이고 있다. 눈이 다 녹기 전에 끝낼 수는 있을는지 모르겠다.
또, 눈이 내린다.
또, 무언가를 감추려든 듯 눈이 온다. 그간 왔던 눈 속에 감춰진 더러워진 것들을 이제야 씻어 낼 수 있으리라 기대했었는데 또 눈이 온다. 겨울이 가기를 기다려야 하는 것인가? 또 긴 기다림을 해야 하는가? 언제까지 이 번복에 반복을 해야 한단 말인가? 애 굳은 사람들이 또 눈과 씨름을 해야 하지만 그 사람들은 눈앞에 아무것도 감추려 하지 않으며 쌓인 눈을 그냥 두고만 보고 있지는 않는다. 조금이라도 봄을 앞당겨보기 위해 눈을 치우고 앞마당을 깨끗하게 한다. 그런 사람들이 있어 백색가루를 뿌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멀게 해 버린 이들과 어지러워진 세상을 온전한 세상으로 만든다.
소리 없이 내려 세상을 혼란스럽게 하는 눈이 이제는 보기 싫다. 그래도 오늘 봄에 한 발짝 가까이 다가섰다. 봄이 한 발짝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