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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걸듯 살아간다.

by 노연석

조금의 여유가 있는 출근길

평소보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다.


매일 걷는 길이지만 매일 새롭다.


비 온 뒤 깨끗해진 공기와 맑아진 하늘을 올려다보다 하늘을 향해 렌즈를 들이댄다.


파아란 하늘에 하얀 구름이 더 희고 선명하다.


깨끗하고 맑은 공기, 파아란 하늘과 하얀 구름과 같은 하루가 만들어지길 바라며 발걸음을 옮긴다.


천천히 여유롭게 걷고 있을 때 눈앞 횡단보도 위 신호등이 초록불로 바뀌고 걸음을 독촉하듯 신호등의 숫자가 거꾸로 흘러간다.


다음 신호를 기다릴까? 뛰어서 건널까? 망설이지만 망설임보다 발이 먼저 달려 나간다.


천천히 뛰어서 횡단보도를 건너고 나니 어떤 목표를 이뤄 낸 것과 같은 성취감도 맛본다.


덕분에 더 여유로워진 발걸음.


살아오면서 천천히 여유롭게 살기도 하지만 때론 천천히 뛰어야 하기도 하고 숨이 막힐 정도로 뛰어야 하기도 한다. 그 뒤에 여유로움을 만날 수 있다.


땅 위로 내딛는 발걸음 하나하나에서 땅의 기운을 받아 발끝에서 신체의 곳곳으로 올려 보내니 어느덧 몸에서 열이 나기 시작하고 아직 잠에서 덜 깬 신체의 부위들이 깨어난다.


모든 일이 그렇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그 자리에 머물고 그러다 가지고 있던 것조차 잃어버리게 된다.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해 본다. 무언가 멈춰 있다고 생각되면 걷고, 걷는 것으로 부족하면 뛰고, 그 뜀도 부족하다면 전력을 다해 뛰어야 삶이 의미 있고 보람되고 후회가 없을 거다. 잠들었던 나를 깨우는 일이다.


걷다 보니, 걷는 순간이, 뛰어야 하는 순간이 모두 인생을 닮았다.


걷고 뛰는 행동은 눈앞에 맞이한 상황에 맞게 결정하고 행동하면 된다. 삶도 똑같다. 너무 무리할 필요도 없고 게을러서도 안 된다. 시간의 흐름에 맞춰 내 앞에 펼쳐 상황들에 맞게 움직이고 받아들이면 된다. 너무 과하지 않게 부족하지 않게 살아간다면 후회는 없을 거다.


아침 출근길. 오랜만에 느끼는 상쾌함이 하루를 상쾌하게 시작하게 만든다.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실마리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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