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훔친 사과가 더 맛있을까?

by 노연석

세상 모든 글은 작가의 머릿속에서 떠오른 생각들이 정리되고 지면 위로 옮겨져 새로운 지적 창작물로 탄생을 하게 됩니다. 그렇게 탄생한 창작물에 새겨진 활자들은 읽기라는 행위로부터 그냥 스쳐 지나는 문장이 되기도 하고, 누군가의 노트에 필사가 될 만큼 영감을 주기도 하고, 지적인 화학반응을 일으켜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글을 쓰는 작가라면 타인의 글을 읽는 시간은 더 많을 것이고, 그를 통해 입력된 정보들은 작가의 생각들과 융합하는 시간이 글을 쓰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더 많을 수밖에 없다는 것은 당연한 현상일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창작은 완전히 새로운 것이 아니라 외부로부터 입력되는 정보와 작가의 생각이 지적인 화학작용과 같은 반응으로 만들어지기에 사실 어떠한 결과가 만들어질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그런 화학작용 반응을 통해 만들어진 결과물은 누구의 것인가? 결과물 자체로 창작으로 봐야 하는가? 입력물을 같이 놓고 봐야 하는가?라는 문제에 봉착하게 됩니다.


”이 책은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를 받는 저작물이므로 무단 전재와 복제를 금합니다.”와 같은 문구는 종이책이든 전자책이든 책의 뒷자리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 문구만 봐서는 타인의 글 전부를 전재하거나 복제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상업적 목적을 가지지 않으며 출처를 명확하게 한다면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고 실제로 그렇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타인의 저작물을 읽고 자신의 생각을 더하거나 융합하여 새로운 글을 만들어 내는 것 자체는 저작권법에 저촉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저작권 침해 사례를 검색해 보면 인터넷 블로그에 게재된 글의 전부를 무단으로 전재하여 사용을 하여 신고되는 사례들을 많이 만나 볼 수 있습니다. 요즘도 있는지 모르겠지만 과거에 대학을 다닐 때 책이 너무 고가이다 보니 무단으로 복제를 하여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았었습니다. 인터넷의 발달과 함께 책을 복제를 하는 일은 드문 일이 되었지만, 온라인 저작물들의 경우 무단 복제되어 사용되는 일이 많아졌는데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의 패러다임의 변화일 것입니다. 세상은 많이 변한 것 같지만 여전히 무단 전재와 복제가 만연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무단 전재와 복제가 불법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알면서도 각자의 사정으로 불법을 합법으로 일반화를 하고 그런 행동이 반복되다 보면 그것이 아무런 문제가 아닌 것처럼 되는 불감증에 빠지게 됩니다. 무단 전재와 복제는 누군가 신고를 하지 않는다면 들키지 않고 계속 합법적인 것처럼 받아들이고 이용을 하게 됩니다만, 그런 행위는 글을 쓰는 작가들이 수많은 시간을 고민하고 고뇌하며 수없이 문장을 가다듬는 퇴고라는 과정을 거쳐 출판사의 문을 두드려 탄생된 저작물인데 자라나지 못하도록 싹을 자르는 일과 같습니다.


글을 쓸 때는 타인의 문장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야 하며, 전재나 복제를 해야 할 경우 저자의 동의를 얻거나 응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합니다. 그래야 작가들이 소중하게 만들어낸 저작물들이 보호받고 성장하며 그를 통해 더 좋은 글을 만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집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저도 글, 그림, 음악등과 같은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 관련한 교육을 제대로 받아 본 적이 없습니다. 지금은 교육 과정에 저작권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교육과 저작권 관련 홍보가 더 많이 이루어지는 것이 창작물 보호의 근본 대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스스로가 자신을 돌아보는 것입니다. 내가 쓰고 있는 글이 무단으로 도용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의 양심을 버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런 면에서 저작권 침해의 문제를 야기하는 것은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의 자존감을 무너뜨리는 일이라 결론을 지어 봅니다.


훔친 사과의 맛은 그 순간 달콤할 수 있지만 창작자와 나 모두 독이든 사과를 먹는 것과 같을 수 있습니다. 타인의 글을 보호하고 존중하는 것은 모든 글 쓰는 사람들이 갖추어야 할 기본 소양입니다.


누군가 당신의 글을 동의 없이 사용하게 된 것을 알게 된 경우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해야 하고 당신의 창작의 의지를 꺾어 놓을 것입니다. 이 것은 창작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고 창작자에게 암적인 존재라는 것을 기억하며 창작물을 내 것처럼 소중하게 여기고 창작자를 존중하는 문화를 내가 먼저 실천한다는 생각을 갖는다면 창작의 미래는 밝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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