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프레임

기다리고, 다가오고

시간

by 노연석

모든 순간을 기다리며 살고 있는지? 그렇지 않다면 자신도 모르게 다가오고 있는지?


하루를 돌아보면,

출근 시간은 다가온다.

출근 후 차 한잔의 시간은 기다려진다.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 보면 회의 시간은 다가온다.

점심시간은 기다려지고 어쩌다 있는 회식 자리도 기다려진다.

퇴근 시간도 기다려진다. 때론 바쁜 업무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기다려지는 것 들은 마주하고 싶은 순간들이고 다가오는 것 들은 마주하기 싫은 순간이다.


누군가를 만나기 위한 기다림, 새로 산 물건의 도착에 대한 기다림, 여행을 떠나기 전까지의 기다림, 매일 매주 매월 매년 반복되는 기다림의 순간들이 있어 지친 삶을 지탱할 수 있다.


다가오는 마감일, 시험과 성적 발표, 각종 만기 들도 매일 매주 매월 매년의 어느 순간에 찾아오지만 기다리지는 않는다. 오지 않기를 바랄 때가 많다.


기다림과 다가옴은 백지 한 장 차이 일 것이다.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라면 기다림의 비중이 더 클 것이고 부정적 마인드를 가진 사람에게는 다가옴의 비중이 더 클 것이다.


그래도 우리는 미래에 좋은 날이 올 것이라는 믿음으로 오늘을 살아간다. 그날이 빨리 다가오기를 바라며 살아간다.


마주하기 싫은 순간은 이상하게도 빨리 다가온다. 그렇게 마주한 순간은 즐겁지도 않고 빨리 그 순간에서 탈출하고 싶다는 생각들로 가득 찬다.


당신은 오늘 어떤 순간을 기다리나요? 아니면 매일 다가오는 시간에 쫓기고 있나요?


회사로 가는 길, 버스, 지하철 그리고 그 구간 구간을 걸으며 가는 길은 매 순간 다가옵니다. 매 순간마다의 정해진 시간에 맞추지 못하면 하루의 루틴이 모두 깨져 버리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늦지 않으려 애쓰다 보면 회사는 다가와 있습니다.


하루 중 기다림의 순간이라고는 차 한잔의 순간과 퇴근 시간 밖에 없습니다. 언제부터인지 알 수 없지만 모든 것들에 느껴지는 감정이 메말라 버린 듯합니다. 무엇을 해도 재미나 기다림은 포함되지 않습니다. 특별한 일 없이 하루를 무사히 지나고 기다리던 퇴근 시간이 되면 사무실을 뛰쳐나갑니다.


이렇게 원치 않는 다가오는 순간을 기다림의 순간으로 바꿀 수만 있다면 삶이 정말 살맛 날 것 같은데 아직 그 수준에 이를 만큼의 덕망을 갖추지 못했습니다. 그런 순간이 올지 장담할 수도 없습니다.


어떤 게 정답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냥 물 흐르는 데로 살아가도 되고 잘못된 것을 고쳐가며 살아도 됩니다. 어떤 것을 하더라도 마음 가는 데로 사는 것이 정답에 가까울 것입니다.


그래도 삶을 조금 더 빛나게 만들어 보려면 다가오는 순간을 기다림의 순간으로 하나씩 바꿔가는 것으로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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