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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삶이 오늘의 첫걸음이 된다

시작

by 노연석

한기 가득한 아침을 가르며 어제도 그제도 걸았던 길을 오늘도 걷는다. 내일도 모레도 다음 주도 다음 달에도 걸어갈 이 길 위에 특별함이라고는 차가운 공기가 가져다주는 것은 손 끝이, 발끝이 시려 오는 것뿐이다. 다 한때이다. 다 지나가는 일이다. 그 싸늘한 길을 걸으며 따뜻한 봄날이 오기를 기다린다. 삶이란 그런 날들을 지나고 기다리며 사는 것이다.


어제의 삶은 나쁘지 않았다.

나빠지지 않게 열심히 살았다. 많은 사람들을 나의 인생에 더 추가를 했었다. 새로운 사람들을 추가했었다. 그로 인해 내 삶에 큰 변화가 생기는 것은 아닐지라도 그들로부터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다. 그들과의 거리가 얼마나 좁혀질지 알 수 없지만 스쳐 지나는 인연이라도 잠시라도 나의 주위를 환기시켜 주기에 충분했었다. 그걸로 충분하지만 졸음운전을 하다 정신을 차렸을 때와 같이 정신이 번쩍 들기도 했었다. 다시 정신 차리고 목적지까지 가야 한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힘들고 졸릴 땐 휴게소에 들러 환기를 시켜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은 조금 늦어도 된다는 것도 알아차린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지 않았었다면 졸다가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상상하기 조차 싫다.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는 어제라고 생각했었지만 정신을 차린 것만으로도 커다란 성과였었다. 아직 많이 남은 삶을 빠르게 가기보다 안전하게 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졸음에서 깨어나 운전대를 잡고 다시 목적지로 향한다. 도착 시간에 연연하지 않기로 마음먹는다. 서두른다고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도로 위를 가득 메운 차들을 뚫고 나아갈 수 없다. 속도를 내다 사고를 낸 차량들을 보면서 더 안전하게 가야 한다는 것을 졸릴 때는 쉬어 가야 한다는 것을 상기시키며 그렇게 해야 한다. 요즘은 보이지 않지만 "5분 먼저 가려다 50년 먼저 간다"라는 고속도로 위 문장이 삶을 응축해서 담고 있다.


그렇게 쌓아온 어제의 삶들이 오늘을 시작할 수 있는 동력이 되어 준다. 한 발 내딛을 힘이 되어 준다. 뒤돌아보지 않고 나아갈 수 있는 길잡이가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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