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라면 괜찮다.
익숙한 삶에서 조금 물러서 본다.
나의 의도와 상관없이 세상은 평화롭고 고요하기만 하다. 세상은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잘 돌아간다.
가슴 한편이 헛헛해지는 것은 나뿐이다. 늘 삶에 무언가 더 하려고 아등바등 살아왔다. 빼기를 하려고 하니 망설여지고 생각이 많아진다. 빼려고 하는 것 어떤 것 하나도 소중하지 않은 것은 없기 때문이다.
변화를 준다는 것은 역시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익숙한 것에서 잠시 멀어져서 자신을 돌아본다. 사람들의 반응을 살펴본다. 그러나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다. 모두 각자의 삶을 살기도 바쁘다. 누군가를 돌아본다는 것은 삶에 무게를 더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나 또한 누군가 나처럼 익숙한 것에 멀어졌을 때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처럼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삶은 다른 듯 비슷하다.
익숙한 삶에서 물러선 이유는 새해가 시작되면 찾아온 사소한 질병들이었다. 아프다는 것은 삶을 조금 흔들어 놓기도 하는 것 같다. 죽을병도 아니고 시간이 지나면 다 없었던 것처럼 괜찮아지는 것들이지만 그런 순간이 자주 찾아오게 되면서 마음속에 우울함이 조금 자리 잡는다.
그래서 매일 루틴처럼 하고 살던 것에서 조금 멀어져 본다. 덕분에 다른 일들을 해 볼 수 있는 기회도 늘어나고 하지 못했던 것들을 해 볼 수 있지만 그다지 멀리 떨어져 나온 것도 아닌데 익숙했던 삶이 뿜어내는 자기장 속으로 빨려 들어가려 한다. 괜한 생각으로 멀어지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자꾸 생각하게 만든다. 마치 헤어진 연인을 그리워하듯 밤마다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다.
익숙한 사람들과도 발길을 끊어 봤다. 평소에 혼자서도 잘 살아가던 사람인데 혼자서도 잘 놀던 사람인데 사람이 그리워진다. 그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그리워진다. 비록 내가 멀어진 것을 눈치채지 못하는 사람들이라도 그리워진다. 굳이 나는 익숙한 것에 멀어지려고 하는 것인가 생각해 보게 된다.
잠시 내려놓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영원히 멀어지려는 것도 아니고 아주 잠시 몇 개월 정도만 익숙한 것에 멀어져 새로운 익숙함을 영입하려고 하는 것뿐인데 잘 되지 않는다. 그럴수록 우울해지고 온몸 여기저기 쑤시고 아파진다. 어쩌면 늘 통증 속에서 사는 것이 익숙해져서 통증을 느끼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조금 멀어지니 알아차리지 못했던 통증들이 밀려오는지도 모르겠다. 스스로를 잘 돌보지 않고 살아온 것이 분명하다.
그래도 조금 더 익숙함에서 멀어져 지내려고 한다. 안전 가옥에서의 삶은 내 삶을 점점 더 탁하게 만들고 썩어 들어가게 된다는 것을 알기에 잠시라도 멀어지려고 한다. 잠시 물고를 터서 고인 물들을 내 보내고 새로운 물로 채워 넣으려고 한다. 흐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고 했다. 오랜 시간 앉아만 있다 일어서려다 넘어질 수도 있고 한 걸음 내딛는 게 힘겨워질 수 있다. 가끔씩 문을 열고 환기를 시켜야 숨 쉬고 살 수가 있다. 내게 지금 필요한 건 신선한 공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