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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잘 살아야 하는 이유

by 노연석

오늘도 길을 나선다. 세상으로 향한다.


아파트 현관문을 열고 한 걸음 나서자 어제와는 다르게 찬 바람이 코끝을 쨍하게 만들고 사라진다.

세차게 내 몸을 감싸는 바람에 너무 춥게 입고 나왔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몸이 움츠려 든다.

아파트 동과 동 사이로 더 거친 바람이 불어 대고 움츠려든 목이 점점 더 자라목처럼 움츠려 든다. 아! 목디스크. 춥지만 목을 빳빳하게 다시 세워 본다. 더 춥다.


아파트를 빠져나와 외곽에서 만나는 동네 아저씨는 오늘도 한대 피우고 직장으로 향하려 연초를 꺼내어든다. 그 앞을 지나 횡단보도를 건너며 달려드는 차가 없는지 확인한다.


몇 개의 신호등을 지나야 하는 출근길이다. 첫 번째 횡단보도를 지나자마자 30m 정도 떨어진 횡단보도에 파아란 불이 켜지자 내 안에 갈등을 생긴다. 뛰어야 하나? 다음 신호에 건너야 하나? 이 신호를 놓치면 칼바람을 맞으며 30초를 기다려야 한다. 이 생각에 도달하기 무섭게 내 발은 인도 위를 달려 횡단보도를 지나고 있었다. 5,4,3.. 간신히 아니 딱 맞게 넘어섰다. 문제는 이 신호를 이렇게 급히 건너면 20m 떨어진 다음 신호등에 빨간불로 바뀐 뒤 도착하게 된다. 아무도 없는 거리라 무단 횡단을 해도 되지 않나?라는 생각에 도달하자 내 발은 다시 달린다. 또 아슬아슬하게 횡단보도를 건너서서 오늘 펼쳐질 하루가 아슬아슬한 하루가 될 것이라는 짐작을 해 본다.


입추를 지나 다시 추워지는 날씨와 매서움 더하는 바람이 마음을 더 조급하게 만든다.

이제 넘어야 할 횡단보도가 두 개 더 남았다. 손목을 들어 올려 시간을 본다. 소매를 살짝 걷어 시간을 보려 타이트 한 소매 사이에서 시계를 꺼내어 본다. 반쯤 내민 얼굴을 끄집어내 시간을 확인한다. 두 번의 뜀박질 덕분에 여유로워졌다. 다음 신호들은 늦어도 뛰지 않아도 되지만 그 신호등에 도착할 쯤 빨간 불이 기다리고 있었다. 좌회전하는 차량들이 눈에 들어온다 방금 전에 바뀐 모양이다. 아 여긴 바람이 더 분다. 다시 몸을 움츠리고 목을 집어넣는다. 평소 같으면 이쯤 되면 몸에 조금 온기가 돌았는데 오늘은 냉기만 가득하다. 3번째 4번째 신호등을 여유 있게 건너고 나서 시간을 본다. 늘 도착하는 시간 서둘러도 여유가 있어도 늘 같은 시간에 도착한다.


매일 타는 버스. 오늘도 버스가 도착하기 5분 전에 정류장에 도착해 버스를 기다린다. 원래 성격이 그렇다. 늦는 것을 싫어한다. 약속을 해도 늘 먼저 도착해서 기다린다. 늦는 것을 스스로가 용납하지 못하는 편이다.

버스는 차가운 도로 위를 질주하다 버스 정류장 앞에 선다. 오늘도 어제와 같은 상황을 반복되지만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었다. 이 반복의 시간들을 쌓으며 새로운 하루하루를 쌓아 올린 오늘의 내가 여기 서 있다. 얼굴에 주름이 더 해가고 검버섯이 하나 둘 피어나고 팽팽했던 피부에 탄력이 떨어진 중년을 넘어선 나이지만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주어진 하루 속에서 나만의 삶을 살아낸다.


어제는 오늘을 살아가기 위한 준비였다. 오늘은 내일을 살아가기 위한 날이니 내일의 내가 오늘보다 나은 삶을 살아가길 바란다면 오늘을 후회 없는 날로 만들어야 한다.


살아 있음에 감사해 본다.

오늘을 살아야 할 이유를 발견해 본다.


싸늘하게 식어버린 길을 뚫고 새로운 하루를 맞이하던 어느 겨울날의 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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