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

한 폭의 명화가 되어준 기다림

by 노연석

기다림은 언제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어떤 땐 초조함이 되기도 한다.


저녁시간 아이들은 랜선 교육을 마치고 학원으로 향한다.

수업을 마치고 돌아올 아이를 초조한 마음으로 차 안에서 기다리고 있다.

이곳은 골목이라 주차장도 없고 차가 지나가도 사람이 지나가도 신경이 많이 쓰이는 곳 이기 때문에 아이가 조금 더 빨리 나와 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초조하게 기다린다.

차 안에서 혼자 앉아 멍하니 차창밖을 바라보다 자주 다니는 곳인데 골목의 불빛들과 유난히 깨끗한 공기가 만나 평소와 다른 풍경으로 내 눈앞에 낯설게 펼쳐진다.


좁은 골목이라 늘 복잡한 곳인데 오늘따라 차들이 더 가지런히 주차가 되어 있다. 지나다니는 차도 없다.


골목 중간쯤 건물 벽에 달려 있는 노란색 빛을 내뿜고 있는 백열등의 필라멘트는 나에게 따뜻함을 선물해 준다.


골목 끝에 우두커니 서 있는 성당의 십자가는 이 골목 수호신이 되어 지키고 있는 것다.


골목 끝, 밝게 빛나는 LED 불빛, 그 끝에 펼쳐진 검푸른 하늘빛은 이내 백열등의 따뜻함을 차갑게 집어삼켜 버렸다.


초조한 기다림은 창밖의 펼쳐진 한 폭의 명화가 가져가 버리고 어느새 아이의 수업이 끝날 시간 명화 감상의 시간도 끝났다.



룸미러에 비친 아이의 모습이 보인다.

내가 있는 곳이 아닌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전화를 걸려던 순간 내게로 발길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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