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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OSIGNER Dec 16. 2020

궁극의 단순작업

레고 아트 마블 스튜디오 아이언맨 31199


ㅆㅆ1


하다 하다 레고 리뷰를..



어렸을 적 살던 동네에서 가장 부잣집이 있었다. 그 시절 유일하게 각 그랜저가 있었고 집도 매우 컸지만 가장 부러웠던 건 엄청나게 많이 있던 레고 시리즈였다. 레고를 좋아하였지만 그때도 비쌌었기에 종종 그 집에 놀러 가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30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이 날 정도니 레고를 많이 좋아하긴 했었나 보다. 



어렸을 적 이런 모델을 정말 갖고 싶었다.



그런 레고에 대한 갈증은 자연스럽게 아이에게 이어졌다. 듀플로부터 각종 레고 시리즈까지 정말 많은 제품을 사줬었다. 혼자서도 설명서를 보면서 곧 잘 만들고 아이도 좋아하였지만 문제는 만들고 난 뒤였다. 일주일을 넘기지 못하고 다른 것을 만든다고 분해를 한 뒤 다른 것들과 섞여서 다시는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지 못했고 그 결과..



무슨 모델을 사줬었는지 알 수가 없다. (빙산의 일각)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의 레고 욕심은 계속되었다. 더 이상 짐 더미처럼 쌓여만 가는 레고를 볼 수 없던 중 전략을 바꿔보기로 했다. 새로운 전략은  '절대 다시 부술 수 없는 레고만 사주자'였고 이 제품을 구입하기에 앞서 아이언맨 두상(?)을 표현한 모델을 먼저 사줬었다. 



완전 그냥 조각상 스타일이다. (모델명은 76165) 



역시 예상대로 조각 작품스러운 걸 만들고 나니 다시 이걸 분해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물론 만들면서 계속 주입시켰다.)


이런 전략을 세울 때쯤 또다시 아이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레고 제품이 나왔고 크리스마스 선물 겸 미리 사버렸다. 이 제품의 경우 완성을 하게 되면 하나의 액자가 나오기에 다시 분해하거나 다른 제품과 섞일 위험이 거의 없다. 컬러가 다른 특정 부품만으로 하나의 이미지를 만든다는 것도 그동안 다른 레고에서 해볼 수 없었던 방식이기에 선물을 해줬지만 나 또한 약간의 기대감이 있었다. (그렇다 보니 이렇게 리뷰까지..)



또..샀다..



ㅆㅆ2


독특한 패키지와 사운드트랙..응?



패키지 또한 액자의 형태로 되어있다. 이 제품의 경우 총 3가지의 아이언맨을 표현할 수 있으며 특이하게 동일 제품을 3개를 구입하는 경우 가로형으로 긴 형태의 액자를 완성할 수 있다. (물론 그런 경우 가격은 3배가 된다..) 우선 아이의 선택에 따라 3번째의 그림을 완성해보기로 하였다. 



3가지 그림을 만들 수 있다.


이렇게 만들려면 거의 50만 원 가까이..


구성품은 레고 부품이 담긴 여러 개의 봉지들, 설명서 그리고 특이하게 soundtrack을 표시한 그림과 QR코드가 있었는데 이를 찍어보니 영어로 된 대화가 흘러나왔다. 알고 보니 이 대화를 들으면서 제품을 조립하라는 의미인데 처음엔 이런 게 왜 있을까 궁금했지만 조립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왜 이런 걸 제공할까.. 그것도 영어로..




ㅆㅆ3


정말 지루하기 짝이 없는 조립 경험



그동안 만들었던 레고들은 조립하는 과정에서 형태가 완성되어감에 재미를 느끼거나 메커니즘에 감탄을 하면서 만들곤 하였다. 그런데 이 제품은 그런 게 없다. 총 9개의 판때기에 바둑 기보와 비슷한 설명서를 보고 각 번호에 맞는 똑같이 생긴 부품만 계속 끼울 뿐이다. 전체 9개의 판을 다 조립하였을 때 놀라움은 있었지만 그전까지 소소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전혀 없었다. 



그동안의 레고 설명서와는 매우 다르다.. 매우..


또 다른 문제는 총 15개의 컬러로 이루어진 저 동그란 부품이 담긴 봉지에 번호가 표시되어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결국 설명서를 보면서 각 봉지에 매직으로 번호를 적을 수밖에 없었고 (이렇게 하지 않고 조립을 하다가 비슷한 컬러끼리 섞이는 날에는 정말...) 각각이 담긴 봉지의 사이즈도 제각각이라서 조립하는 동안 관리하는 게 쉽지 않았다. 


결국 매직으로 숫자를...




ㅆㅆ4


그래도 역시 레고였다.


9개의 판에 빈틈없이 하나의 부품을 꽉꽉 채우는 건 별로 좋은 경험은 아니었다. 우여곡절 끝에 9개의 판을 다 완성하였고 이를 하나로 합쳐 최종적으로 액자의 형태로 만들었을 때 역시 레고라는 생각이 들긴 하였다. (심지어 뒤에 못 거는 부분까지 표현된다.) 



이런 걸 9개나 만들어야 한다.



액자 프레임, 그리고 내부 그림의 디테일도 멀리서 보았을 때 정말 멋지다는 느낌을 받기 충분했다. 그동안의 다른 레고들처럼 자동으로 움직이거나 어디 하나 변신을 할 수 없음에도 아이는 액자 그대로를 좋아했다. (어찌나 다행이던지..)



가격 빼고는 만족스럽다.



아이언맨의 두상과 액자를 같이 놓아보니 그동안 샀던 수많은 레고 제품들이 아쉽다기보다 이런 레고가 멋지다고 생각한 것처럼 지난 레고들도 나름 자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레고라는 게 자신의 생각으로 재조립할 때 그 기쁨이 더 크다는 것을 알면서도 원래 형태를 유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한 건 그냥 어른의 시각인 거 아닐까? 어른의 눈에는 정리안 된 어지러운 레고 조각들을 가지고 잘 노는 아이를 보면 너무 어른의 잣대로 레고를 대했던 거 같다. 


이 제품을 만들면서 아이와 나눈 결론은 이거다. 세상에는 두 가지의 레고가 있다. 분해하면서 노는 레고, 완성하고 전시하는 레고. 여하튼 앞으로도 계속 전시할 수 있는(?) 레고를 사주기로 다시 한번 마음먹으며..


레고 아트 마블 스튜디오 아이언맨 31199 였다.


쓰고쓰기 - 써본 제품만 다룹니다. 저도 최신 제품 써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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