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회사가 싫어할 수도 있습니다.
멋져 보였던 재택근무
코로나로 인해 세상의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그중 직장인들에게 가장 크게 와 닿은 것은 아마 재택근무라는 근무형태의 변화일 것이다. 주로 스타트업에서 들려왔던 이 근무방식은 이제 보편화되었고 앞으로도 그 방식이 유효할 것 같다. (누군가 그랬다 이제 코로나 이전의 삶은 더 이상 없다고)
직장인의 재택근무에는 환경에 따른 차이가 있다. 집이 넓은 사람은 뒷 배경이 그럴싸해 보일 것이고 서재가 있는 사람은 여느 전문가 뉴스 인터뷰 화면처럼 책장을 배경으로 화상회의를 할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집에 유치원이나 어린이 집을 가지 않는 아이가 있느냐 없느냐이다. (여기서 아이는 초등학생 이전의 아이다.)
지금 현재 3주째 재택근무 중이고, 코로나 사태로 인한 기간을 합치면 약 2달 동안 재택근무를 해보았다. 결론적으로 아이가 있는 애 아빠에게는 재택근무가 쉽지 않다. '재택'은 확실히 되는데 '근무'가 잘 안된다. (당연히 회사에는 비밀이다..). 아무래도 가장 큰 원인은 나뿐만 아니라 아이도 '재택'을 하기 때문인 듯하다.
그렇다고 비효율적인 근무를 언제까지 할 수는 없다. 애 아빠로서 2달여간 재택근무를 하면서 느낀 점을 적어보았다. (팁까지는 아니어도 한 번쯤 고민해볼 만하지 않을까?)
출근할 때 츄리닝을 안 입는 것처럼 여느 때와 같이 아침에 씻고, 기본적인 단장을 꼭 해야 한다. 절대로 잠자는 복장이나 너무 편한 복장은 금물이다. 넥타이에 셔츠까지는 아니더라도 언제라도 밖에 나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복장이 필요하다. 재택근무를 하는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 아이에게도 아빠가 쉬는 게 아니라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
예전에는 그냥 책상이었지만 이제는 아빠가 일하는 공간임을 주기적으로 알려줘야 한다. 업무시간에는 업무공간에 되도록 오지 못하게 하는 것도 좋다. 아이랑 무엇을 하더라도 업무공간이 아닌 다른 곳에서 하는 게 필요하다. 아이를 봐줄 사람이 있다면 꼭 문을 닫고 업무를 하는 게 좋다.
회사에서는 점심시간에 잠깐 낮잠도 잘 수 있겠으나 재택근무 시에는 안 자는 게 좋다. 아빠가 쉬는 것 같다는 인상을 주기 가장 좋은 게 낮잠이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츄리닝 바람에 점심 먹고 낮잠까지 자는 아빠를 보면 아이는 오늘이 일요일이라 생각할 것이다.) 물론 아이의 낮잠은 언제나 환영이다.
집에만 있는 아이가 혼자 놀 수 있는 건 분명 한계가 있다. 업무시간에 물론 딴짓을 하면 안 되겠지만 (응?) 오전, 오후 30분씩은 아이와 같이 장난을 치거나 하다못해 같이 집 앞 슈퍼라도 같이 다녀오자. 아빠랑 같이 무언가를 했다는 게 충족이 되면 나머지 시간을 혼자 보내기 훨씬 수월해할 것이다. 재택근무 초기에 아이에게 자주 들었던 말이 '왜 아빠는 집에 있으면서 같이 놀지 않느냐'인 것처럼 같이 무언가를 하는 게 중요하다. (여하튼 혼자 놀고 있는 모습은 보기 안쓰럽다.)
모든 애 아빠들이 재택근무 시 아이를 놀게만 하지 않을 것이다. 학습지도 있을 것이고 책도 읽어야 하고 아이도 나름 업무(?)가 꽤 있는 편이다. 가끔은 식탁에서 아빠는 업무를 아이는 학습지를 같이 하는 것을 추천한다. 업무효율은 비록 떨어지겠지만 아빠랑 무언가를 같이 한다는 느낌도 주고 아이의 업무 부담도 덜어 줄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의 업무가 끝나면 서로 쿨하게 아빠는 업무 공간으로, 아이는 놀이공간으로 각자 즐겁게 갈 수 있다.
물론 가장 좋은 재택근무 환경은 아이가 유치원을 가는 것처럼 혼자만의 환경을 갖추는 것이다. 나 또한 여느 재택근무자들처럼 스터디 공간이나 카페에서 허세도 떨어보고 싶지만 그게 안된다면, 아이와 한 공간에 있어야 한다면 어느 정도의 명확한 선을 긋는 것이 아이나 아빠에게 모두 좋을 것이다.
'재택'만큼 '근무'도 중요한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