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일기
작년 말과 올해 초 새벽에 출근해 글을 쓰며 하루를 시작 하자 결심했었다. 겨울 새벽에 일어나 집을 나서는 일이 쉽지는 않았지만, 또 겨울이라 다른 계절보다 태양도 게으름을 부리는지 창밖이 어둑한 라운지에서 글을 쓰다 밖을 보면 선물처럼 일출을 볼 수 있었다. 그 광경이 너무 황홀해서 나중엔 글쓰기보다 해를 보러 일찍 회사에 나가고픈 마음이 들 정도였다. 매일매일의 일출은 달랐다. 아침노을이 어둑한 사위를 화려하게 물들이며 대단한 서곡을 보이다가도 막상 해는 어디로 갔는지 흐릿하게 사라지는 날도 있었다. 구름이 짙어 오늘은 못 보겠네 했을 때 회색 하늘 사이로 그 어느 때보다 선명한 붉은색으로 존재를 드러내기도 했다. 매일매일이 달랐지만, 그 다름이 모두 아름다웠다. 코로나로 재택이 늘어나면서 다시 늦잠의 세계로 빠져드느라 한동안 아침 해를 보는 일이 줄었는데, 휴직 후 제주에 와서 다시 만나게 되었다.
일출과 일몰의 해는 닮아있다. 어느 해인가 평대리 카페 조르바에서 누군가와 우연히 합석하게 되었다. 그날 조르바엔 손님이 많았고, 혼자 온 사람은 둘 뿐이었다. 그분은 내가 좋아하는 하도리 부티크 호텔 ' 디스 이즈 핫 This is hot' 사장님이셨다. 수집한 작품을 각 방에 전시하고, 내가 가장 좋아하던 다이닝 장소엔 최종운 작가의 작품이 걸려 있는 곳이다. 식사를 마친 후엔 다이닝 장소에서 사용하는 수집품에 대해 설명을 해주셨다. 그곳에 세 번을 머물렀는데, 작년 말을 방문을 마지막으로 올해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렇게 근사한 장소가 사라진다니 아쉽다. 그때 우리는 일몰과 일출의 풍경에 대해 이야기를 했었다. 화가들은 그 빛의 차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표현하는지 궁금했다. 떠오르는 혹은 지는 해의 형태는 비슷하지만 주변을 물들이는 빛의 범위로 그 차이를 알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온도! 차가운 공기로 산란되는 빛의 입자와 느적하게 혹은 뜨겁게 번지는 빛의 느낌은 다를 것이다, 이런 얘기들을 나누었던 것 같다. 아마도 대게 일몰이 일출보다 화려한 이유가 기온 때문이구나 싶었다.
세상 어떤 것 보다 빛은 매혹적이다. 한낮의 이글거림 마저도 그럴 때가 있다. 태양을 향해 뛰어든 이카로스가 이해될 때가 있다. 화려한 일몰과 일출을 볼 때면 추적자처럼 그 빛을 쫓아 달려가기도 했다. 작년 추석 연휴 안면도를 다녀오다 돌아오는 길 석양에 홀려 송도로 가서 하룻밤을 보내고 온 적도 있다. 아련한 듯 호화로운 빛의 매력에 어떻게 매혹되지 않을 수 있을까.
이렇게 자연은 스스로의 아름다움을 어떻게 보여줄 수 있는지 잘 알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시선을 사로잡는 데 성공한다. 나는 오늘도 내가 어떨 때 가장 빛나는지, 진정 즐거운지, 인생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고민 중이다. 매혹적인 아침노을을 바라보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