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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재선 Feb 18. 2020

사물인터넷 시장, 장밋빛에 그칠 수 있다

최근 TV나 포털을 통해 사물인터넷 또는 스마트홈 상품에 대한 광고를 종종 볼 수 있다. 작년과 비교해보면 정말 놀라운 발전에 가깝다고 할 수 있는 현상이다. 하지만 사물인터넷 시장에 대한 예측 기사들을 들여다보면 하나같이 장밋빛 전망만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다. 2020년이 되면 사물인터넷에 연결되는 기기가 250억개를 훨씬 뛰어 넘을 것이다라는 희망적인 통계도 회자되고 있다. 250억개의 기기가 사물인터넷에 연결된다 해도 실제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면 냉정하게 시장의 상황을 바라봐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멋진 전망과는 달리 시장을 선도하였던 몇몇 기업들은 이미 폐업하거나 다른 기업으로 합병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사물인터넷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는 크게 기기를 만드는 제조사, 이런 기기에 플랫폼을 공급하는 플랫폼 사업자, 그리고 고객에게 직접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 사업자로 구성되어 있다. 제조사를 한번 더 나눠보면 전통적인 기기 제조 또는 서비스 사업자들에게 OEM으로 공급하는 제조 중심의 사업자와 사물인터넷 시장에 제조기반으로 뛰어들었지만 독립 서비스로 접근하고 있는 DIY 사업자들이 있다. 전통적인 제조사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LG전자, 삼성전자부터 보쉬, 지멘스, 샤오미 등 세계의 전통 제조 강자나 신흥 제조 업체들이 이에 속한다. 반면 DIY 사업자들은 주로 스마트홈 서비스 분야를 중심으로 자신만의 게이트웨이와 주변 액세서리를 제공하여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하고, 주변 기기들을 연결하여 비즈니스를 꿈꾸는 기업들이다. 이들을 대표하는 주자로 스마트씽즈(SmartThings), 위모(WeMo), 윙크(Wink), 네스트(Next), 리볼브(Revolv) 등이 있다.

그렇다면 이런 DIY 사업자들의 현재 위치는 어떨까? 공교롭게도 대부분 다른 기업에 인수 당했거나 그 실적을 밝히기 어려울 정도로 비즈니스가 좋지 못하다는 소식들이 들린다. 스마트씽즈는 삼성전자에 인수되었고, 윙크는 모회사인 쿼키(Quirky)가 파산된 후 플렉스(Flex)에 인수되었다. 리볼브는 구글이 네스트(Nest)를 인수한 뒤 네스트가 드롭캠과 함께 리볼브를 인수하였고, 자연스럽게 서비스 중단의 수순을 거쳤다. 왜 이렇게 시장에서의 부침이 심할까? 바로 사물인터넷에 대한 장밋빛 전망과는 달리 이들 업체들이 겪는 현실은 냉혹했기 때문이다. 실제 시장을 만들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고객들에게 10만원 이상의 제품과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고객들은 이들을 단품으로 구매하여 사용할 만큼의 매력을 느끼지 못하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물인터넷 시장에서 돈을 벌고 있는 사업자는 전혀 없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우리나라의 경우를 예로 든다면 서비스 사업자인 통신사들은 완전히 다른 접근을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LG유플러스의 스마트홈 서비스인 홈IoT 서비스의 경우 지난 1분기 기준으로 유료 가입자가 26만명에 이른다고 발표하였다. TV 광고를 통해서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서비스가 되었고, 회사의 미래 전략으로도 중요한 분야임을 알리고 있다. 그렇다면 DIY 제조사와 대비하여 어떻게 짧은 시간 안에 고객들을 유치하였고, 시장을 개척할 수 있었을까? 바로 기존 통신이나 케이블을 통한 확보된 고객 기반에 1회성의 단품 구매가 아닌 월정액 상품을 내 놓았기 때문이다. 서비스를 체험하는데 월 몇 천원 수준의 비용만 내면 되기 때문에 최초 진입 장벽이 크지 않다는 것이 주요 시사점이다. 미국의 상황도 비슷하다. 100만명 이상의 고객 규모를 가지고 있는 사업자는 대부분이 서비스 사업자들인 것이다.

사물인터넷은 시장은 여전히 크다. 하지만 단순히 시장 전망만으로 접근할 수 없는 복합적 상황이 존재한다. 이는 스마트폰이 걸어왔던 것처럼 단순히 제품만 생산하여 유통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제조부터, 기기에 포함되는 플랫폼과 통신 방식, 이를 유통하는 유통 사업자, 고객과의 접점을 가지고 있는 서비스 사업자까지 산업간의 경계를 넘어선 시장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사물인터넷 시장이 알려준 사실은 DIY 제조를 통한 생태계 접근은 어렵고, 고객 기반의 서비스 사업자가 월정액 상품 정도로 접근해야 고객들이 수용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시장의 초기 모습에 지나지 않는다. 사물인터넷 기기로 사업을 하고 싶다면 현재 고객들이 어떤 매력에 비용을 지불하는지 서비스 사업자의 전략을 꼼꼼하게 따져보고, 단품 제품의 경쟁력 하나로 접근하는 것이 아닌 생태계에 어떻게 포함될 것인지 끊임없이 고민해야만 할 것이다. 앞으로 더욱더 역동적으로 변화할 사물인터넷 시장에서 과연 어떤 사업자가 고객들의 선택을 받을지, 어떤 사업자가 사라질지 계속 흥미롭게 지켜보기 바란다.

황재선 neovis@gmail.com 필자는 사물인터넷이 가져올 우리 삶의 변화를 예측하고, 연구하는데 관심이 많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프로그래밍을 시작해, 지금까지 8권의 IT 서적을 집필/번역할 정도로 IT에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그 변화의 흐름을 관찰하는 것을 좋아한다.


- 본 글은 넥스트데일리(전자신문계열)에 기고한 컬럼입니다. 

http://www.nextdaily.co.kr/news/article.html?id=201605168000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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