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nextdaily.co.kr/news/article.html?id=20160912800075
2016 IFA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많은 가전업체가 연초 미국에서 열리는 CES와 함께 독일에서 열리는 IFA를 통해 그들의 미래 비전과 앞으로의 사업 방향을 시장에 소개한다. 독일에서 열리는 행사인만큼 유럽에 거점을 둔 업체들이 CES와는 다른 모습을 활발하게 보인 올해의 IFA였다. 대표적으로 벤츠의 회장이 기조연설에 나선 부분이다. CES에서도 두드러졌지만 자동차가 더 이상 자동차로 머무르지 않는 변화에 기인한 연설이었다. 전시장에서도 이런 광경들은 많이 목격되었다. 서로 협업하리라 기대하지 않았던 회사들이 공동 전시를 하는 등 변화된 업계의 상황을 한 눈에 볼 수 있었으며, 그 중심에는 바로 스마트홈이 있었다.
지금까지 스마트홈은 미국과 한국의 대표 회사들이 기존 가전의 스마트화, 커넥티드 자동차와 집의 연결 중심으로 이야기 했다면 이번 IFA에서는 밀레, 보쉬 등 유럽을 거점에 둔 회사들이 본격적으로 스마트홈 시장으로의 참여를 알렸다. 스마트TV가 보여주었던 것처럼 본격적으로 스마트 기능이 탑재된 제품이 쏟아져나올 시기가 임박했다는 증거이다. 스마트홈 자체만으로 아직까지 명확한 비즈니스 모델을 확보하지 못하였지만 미래 시장을 보고 선점을 위한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된 셈이다.
국내 스마트홈 시장에도 의미 있는 제품이 하나 출시되었다. 바로 SKT의 인공지능 스피커인 ‘누구(NUGU)’이다. 아마존 에코(Echo)와 비슷한 컨셉의 제품으로 음성으로 대화할 수 있고, 음악과 쇼핑 이외에도 집안의 스마트홈 기기와도 연동되어 다양한 기기의 제어가 가능한 제품이다. 아마존 에코가 영어 기반이라 아직까리 우리에게 현실적인 체감이 덜했다면 SKT의 누구는 한국어 중심이기 때문에 음성 기반의 서비스를 보다 더 빨리 확산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아직까지 출시 초기이기 때문에 스마트홈 영역의 연결 기기에는 제약이 있지만 이 부분은 시간이 지나면 금방 해결될 요소이고, 집안에서 편안하게 음성을 통해 집안 내의 가전을 제어하는 상황이 앞으로는 익숙하게 어떤 사용자 경험을 줄 것인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뿐만 아니라 SKT를 시작으로 다른 통신사, 제조사, 서비스 회사들에서도 비슷한 제품 출시 경쟁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다양한 선택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면 이런 기업들의 경쟁 배경에는 어떤 의도가 숨어있는 것일까? 사물인터넷 서비스 시장 중 스마트홈은 잠재성장력 1위 시장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미국을 포함하여 절대적인 강자가 나타나지 않은 시장이기도 하다. 애플의 홈킷, 구글의 브릴로와 위브 등 스마트폰 플랫폼의 강자인 두 회사가 스마트홈 시장을 위해 여러가지 시도를 하고 있기는 하지만 가전이라는 특성상 쉽게 시장 침투가 일어나지 않고 있다. 이런 절대강자의 부재의 분위기를 틈타 제조사들 중심으로 참여하던 OCF, AllSeen 등 얼라이언스에도 변화가 생긴 점도 주목해 볼만 하다. 바로 올해 초 AllSeen의 핵심 참여사가 OCF에 합류하면서 무게중심의 이동이 일어난 부분이다. 이를 계기로 제조사 중심의 표준도 하나로 합쳐질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가 시장에 많이 커졌다. 더불어 이들 얼라이언스에 참여하는 기업들은 특허나 비용지불 이슈 없이 호환되는 스마트홈 표준에 대한 기대가 더 크기때문에 애플, 구글에 대항할 시장표준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이전보다 더 높아진 상황이다.
2020년이 되면 스마트홈 시장은 스마트폰처럼 일정 수준으로 커질 것이다. 앞으로 3년 정도의 준비 기간 동안 제품을 만드는 제조사, 플랫폼을 공급하는 회사, 고객과의 접점을 가지고 있는 서비스 회사 모두 각자의 영역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은 점점 심화될 것이다. 이번 IFA에서 보여주었던 것처럼 이런 동맹 세력을 만들기 위해 앞으로 기존의 협업 대상이 아니었던 회사들의 제휴와 공동 개발 소식을 끊임없이 볼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하나의 시나리오를 선택해 본다면 3개 정도의 표준 방식으로 시장이 삼등분될 것 같다. 스마트폰에서 보여주었던 양분은 쉽게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 미래는 알 수 없지만 스마트폰의 교훈을 잊지 않겠다는 회사들의 도전이 거세기 때문이다. 앞으로 3년간의 춘추전국 시대가 어떻게 정리될지 관심있게 지켜보도록 하자.
황재선 neovis@gmail.com 필자는 사물인터넷이 가져올 우리 삶의 변화를 예측하고, 연구하는데 관심이 많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프로그래밍을 시작해, 지금까지 8권의 IT 서적을 집필/번역할 정도로 IT에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그 변화의 흐름을 관찰하는 것을 좋아한다
- 본 글은 넥스트데일리(전자신문계열)에 기고한 컬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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