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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쾀 Apr 01. 2017

그는 하차를 해야 했나?

<고등 래퍼>의 양홍원, 그는 어떻게 그의 사생활 문제를 해결했어야 했나

어제 3월 31일부로 Mnet의 <고등 래퍼>가 성황리에 끝이 났다.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인데 주 타깃이 고등 학생층이라는 점에서 신선했고, 고등학생들의 성인들 뺨치는 랩 실력이 사람들의 흥미를 자극했다. 

출처:Mnet


솔직히 프로그램을 보기 시작하면서 고등학생이 잘하면 얼마나 잘하겠냐고 '얕봤던'게 사실이다. <쇼미 더 머니>에서 성인들한테 치이니까 미성년자용으로 만들어낸 프로그램이 아니냐고 섣불리 판단했던 건 내 큰 실수였다. <고등 래퍼>를 통해 세상엔 정말 랩 잘하는 사람이 많다는 걸 느꼈을뿐더러, 고등학생들도 자신의 꿈을 위해 수많은 사람들 앞에 서는 용기를 갖고 있다는 점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참가자들의 사생활 문제

<고등 래퍼>가 진행되면서 수면 위로 올라왔던 문제는 참가자들의 '사생활'이었다. 프로그램 초반엔 장용준 참가자가 사생활 문제로 하차를 했다. 그의 아버지인 장제원 국회의원에게도 몰매가 쏟아졌다. 그리고 <고등 래퍼> 우승자 양홍원은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내내 중학교 일진설, 인성 문제로 지적을 받았고, 네티즌들은 하차가 당연하다고 양홍원을 비난했다. 사실 처음엔 그저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카더라' 통신일 줄 알았으나 점차 표면 위로 드러나는 그의 어두운 과거에 대한 증거들이 '카더라'썰을 일축했다. 송파구에서 알아주는 양아치였고, 길가던 친구 동생의 자전거를 뺏는 등 '일진' 행위를 일삼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홍원은 하차를 하지 않았고, 끝내 <고등 래퍼>에서 우승하기까지 했다. 

출처:Mnet


양홍원은 어떤 선택을 했어야 했나

양홍원은 하차하는 게 올바른 선택이었을까. 프로그램 보는 내내 고민했던 것 같다. 그리고 내가 나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하차를 하던지, 방송에서 공개적으로 피해자들에게 사과를 하던지, 이 두 가지 해결책 중에 적어도 하나는 선택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누군가에겐 악마로 기억되고 있을 양홍원이 인기 많은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사람들의 극찬을 받고, 승승장구한다면, 그로 인해 학창 시절의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피해자 학생은 뭐가 되는 것인가. 그것만큼 피해자 학생을 고통스럽게 하는 행위는 없지 않을까. <고등 래퍼> 마지막 화에선 양홍원이 파이널 무대를 꾸미기 전, 가족들과 식사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식탁에 온 가족이 둘러앉아서 얘기를 나누는데, 과거에 대한 사과는 일체 없었다. 


출처:Mnet


양홍원 본인은 사춘기 시절 방황으로 부모님을 속 썩이고 자신도 물론 힘들었겠지만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받고 살아가는 학교 폭력 피해자들은 어떨까. 양홍원과 양홍원의 부모님보다 힘들었으면 더 힘들었지 덜 힘들진 않았을 것이다. 언론에선 양홍원이 피해자들에게 찾아가서 사과를 했다곤 했으나, 많은 사람들이 보는 방송에서 그 사과를 하는게 올바른 방법이 아니었을까. 피해자들은 양홍원으로부터 프로그램을 하면서 '힘들었다'라는 말이 아니라, '미안하다'라는 말이 더욱더 절실했다. 하지만 자신의 어두운 과거나 인성에 대한 언급은 전혀 하지 않은 체 그저 중학생 때 삐뚤어졌었다. 방황하였었다고 얼버무리는 건 양홍원으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본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시청자들도 이를 기대했는데 프로그램을 보고 난 후,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마지막 무대의 가사 중에 이런 부분이 있다. 

내가 여전할 거라고 착각하는 
변하지 못한 놈들은 비켜야지 
그들보다 못난 과거이기 때문에
변할 자격을 갖고 그때를 씻겨가지

이젠 더 좋은 사람이 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으나 피해자들에 대한 언급은 일체 없다.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발언 아닌가. 심지어 우승까지 해버렸으니 피해자들은 분통이 터질 노릇이다. 


올바른 반성과 사과가 필요하다

물론 난 양홍원이 무조건적인 하차를 해야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누구나 실수를 저지르고,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랩을 그렇게 잘하는데 <고등 래퍼>에서 하차한다는 것은 그에게도 손해이고 프로그램을 보는 시청자들에게도 손해이다. 하지만 과거를 무작정 덮고 넘어가는 행동은 삼가야 하지 않았나 싶다. 수많은 사람들이 보는 방송에 나왔고 자신의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만큼, 자신의 과거에 대해 책임감 있는 행동을 보여줬다면 지금까지 욕을 먹진 않았을 텐데. 


프로그램 참가자들의 인성 문제는 <고등 래퍼> 뿐만 아니라 다양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도 생겼던 걸로 기억한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참가자들은 자신의 잘못은 인정하기보단 회피하고, 그저 시간이 지나면 인터넷에 묻히겠지,라고 반응해왔다. 물론 우리 네티즌 특성상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묻힌다. 하지만 그들로 인해 평생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피해자들에겐 절대로 잊히지 않는다. 양홍원의 음원을 들을 때마다, 프로그램에서 얼굴을 볼 때마다 상처가 되살아나고 아픈 과거가 떠오르는데, 이를 해결해야 하지 않을까. 


프로그램 제작진, 시청자, 참가자 모두 노력해야

시간이 지나 다른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등장해도 일반인들이 참가하는 한, 사생활 문제는 변함없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필요한 것은 피해자들에 대한 올바른 사과이다. 프로그램 제작진들도 너무 참가자의 흥행성과 상업성에 집중하는 것이 아닌, 인성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진지하게 찾고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주어야 할 것이다. 네티즌들도 무조건적인 하차를 맹목적으로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참가자가 입장을 밝힐 수 있는 그런 환경을 조성해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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