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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쾀 Apr 09. 2017

선과 악을 구분할 수 있을까

스티븐 스필버그의 <뮌헨>

2005년도 개봉한 스티븐 스필버그의 <뮌헨>은 정말 생각을 할 수 있게 하는 영화이다. 2시간 40분에 달하는 긴 러닝타임에도 불과하고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영화에 깊게 몰입할 수 있게 하는 스티븐 스필버그 특유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뮌헨>은 1972 뮌헨 올림픽 때 이스라엘 선수들이 팔레스타인 테러조직인 '검은 9월단'에 무참하게 살해를 당한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 수상 골다 메이어는 당한 만큼 갚아주어야 한다며, 강경한 대책을 마련한다. 이는 바로 정예 요원을 선발하여 사망한 선수들의 수만큼의 팔레스타인 명사를 죽이는 것. 


'선한' 일이 정말 '선한' 일일까

여기서 주인공 아브나 카우프만은 암살팀의 리더로 임명된다. 팀을 이끌면서 타깃을 하나하나 처치를 하는데, 이런 과정에서 동료가 사망을 하고, 자신 또한 언제 암살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떤다. 생각했던 것과 달리, 자신의 타깃들도 그저 유대인들을 아무렇지 않게 죽이는 '악마'같은 사람들이 아닌, 따뜻한 마음을 지니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후, 혼란에 빠지기도 한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사람이 암살당하고, 폭탄이 터져서 죽는 모습을 상당히 사실적으로 묘사해서 영화의 주제 의식을 강화한다. 국가를 위해 '좋은 일'을 한다고 생각하고 행한 행위가 사람의 팔다리를 찢어버리고, 온몸을 총알받이로 만들어버리고, 무고한 사람의 눈까지 멀게 만들었는데, 과연 이것이 '좋은 일'인 것인가. 

혼란과 불안감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아브나

결국 임무를 완수하지 못하고, 아브너는 암살 팀을 나온다. 다시 들어오라는 이스라엘 정부의 요청이 있었으나 그는 이를 거절하고 가족에게 돌아간다. 


이 영화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분쟁을 사실적으로 그리면서, 과연 그들 중 누가 옳은 행위를 하고 있는가에 대해 심오한 물음을 던지고 있다. 과연 '이에는 이, 눈에는 눈'으로 갚는 것이 현명한 선택인지, 아니면 다른 방안을 찾아보아야 할 것인지 말이다. 이스라엘 정부 눈에는 팔레스타인이 '악마'로 보일 것이다. 반면 팔레스타인의 눈에는 이스라엘이 역시 '악마'로 보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들은 '복수의 고리'에서는 결코 빠져나올 수 없었다. 


선과 악의 구분은 허황된 이데올로기에 불과하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과의 관계뿐만 아니다. 이런 잔인한 관계는 우리 삶 깊숙이 스며들어있다. 자신들이 피해를 입으면, 똑같이 피해를 되갚아주어야 한다는 생각. 다른 사람들 눈에 약해 보이면 안 되기 때문에 과하게라도 응징을 해야 한다는 태도. 이런 모습이 과연 악을 무찌르려는  '선'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을까? 과연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인 것일까. 복수에 복수, 테러에 테러, 이런 악순환이 계속된다면, 사태는 나아지기는커녕 악화될 것이 분명하다. 


무작정 보복을 하는 것이 아닌, 대화가 필요하다 

이런 끝없는 악순환의 고리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태도를 지녀야 하는가. 내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난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너무 뻔한 이야기라고 생각되는가. 하지만 이런 뻔한 이야기가 어쩌면 끔찍한 복수의 고리를 끊어버릴 수 있는 그런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난 믿는다. 우린 먼저 피해를 볼 수도 있다. 살아가면서 어떻게 피해를 한 번 안 입겠는가. 하지만 피해를 입었을 때, 지나친 분노에 사로잡혀서 대화는 일체 거부하고 이를 똑같이 되갚아 주겠다는 목표를 세운다면, 이는 양쪽 모두 고통을 주게 된다. 복수가 성공해 상대에게 더 큰 상처를 준다고 하더라도, 내가 입은 상처는 그대로이다. 상대방 역시 복수를 목표할 것이고, 결국은 서로에게 상처만 생길 것이다. 상대방이 왜 내게 상처를 입혔는지를 이해해보고자 노력을 한 후, 그래도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대화를 해야 할 것이다. 비록 분노에 속이 부글부글 끓을지라도, 시야를 넓게 가져야 한다. 눈 앞에 복수만 생각한다면, 끝없이 추락하게 된다. 


이 세상에 선과 악은 없다. 그저 '내 편'과 '상대 편'이 있을 뿐. 그 누구도 나 자신을 '악'이라고 규정하는 사람은 없다. 항상 정당하고, 옳은 일을 하는 것이라고 믿는 게 우리 자신이다. 상대방을 악이라 규정하고 없애려고 한다면, 존재하지도 않는 이데올로기를 이용해서 자신의 잔임 함을 정당화하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자기 자신을 돌아봐야 할 것이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뮌헨>은 2시간 40분 동안 같은 주제를 때론 슬프게, 때론 우습게, 때론 잔인하게 강조한다. 이 세상에 선과 악의 구분은 없다. 선이라고 생각한 행위가 누구에겐 악이 될 수 있다. 허황된 선과 악의 끝없는 대결 끝엔 파멸뿐이다. 존재하지도 않는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 끝없는 악순환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그리고 우리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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