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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쾀 Apr 17. 2017

신념을 지킨다는 것

<핵소 고지>, 신념을 지키는 위대함을 보여주다

총알이 빗발치고, 살육이 난무하는 전쟁터에서 총 없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아니, 총 없인 군인이긴 한 것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겁쟁이', '생각 없는 사람' 이라며 쉽사리 비난할 것이다. 그런 색안경을 낀 우리들의 편견을 깨버린 그의 이름은 데즈먼드 로스. 그는 세계 2차 대전 핵소고지 점령전에서 총 없이, 75명의 부상병을 구했다.



 종교적 신념으로 총을 잡기를 거부한 그는 의무병으로 입대했다. 동료들, 상관들의 비난과 폭행에도 불구하고,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총을 잡지 않아도, 사람들을 구할 수 있다는 신념 하나로 끝까지 버텨낸다. 결국 그의 꿋꿋한 신념은 남들이 다 핵소 고지에서 퇴각했을 때, 혼자 남아 부상병들을 구할 수 있는 힘을 주었다. 그러한 그의 모습에 병사들은 큰 감동을 받았고, 처음엔 색안경을 끼고 데즈먼드를 바라봤던 사람들도 그의 깊은 신앙에 의지하기까지 한다. 처음엔 거부받던 신념이 나중엔 전체를 움직이게 된 것이다. 


영화 <핵소 고지>는 기존의 봤던 전쟁 영화와는 확연히 달랐다. 대부분의 전쟁 영화에선 주인공이 수십 명의 적을 사살하고, 싸움에서 공을 세우는 장면을 부각한다. 뛰어난 사격 실력, 용기, 그리고 판단력에 사람들은 감동하고, 그리고 칭송한다. 그러나 <핵소 고지>의 데즈먼드는 그런 평범한 전쟁 영화의 주인공과는 다르다. 술 먹고 폭행을 일삼는 아버지 때문에 총을 절대로 잡지 않겠다고 하나님께 맹세한 그는, 총 없이, 단 한 번의 사살 없이 핵소 고지 점령전에서 큰 공을 세운다. 그리고 전쟁이 끝난 후, 양심적 거부자로선 미국에서 최초로 명예 훈장을 받았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면, 그냥 하면 된다


과연 우린 신념을 갖고 있을까. 갖고 있다면 그 신념을 지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내 신념이 고작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억지로 바꾸려고 노력하고, 숨기려고 애를 쓰진 않았는가. <핵소 고지>는 한 사람의 강력한 신념은 꺾이지도 않고, 꺾어서도 안 된다고 부르짖는다. 만약 내가 데즈먼드와 같은 상황에 처했었다면 신념을 억지로 바꾸고 총을 잡고 전쟁터에 나섰을 것이다. 하지만 데즈먼드는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했고, 결국은 인정받았다. 심한 편견을 갖고 그를 바라봤던 사람들 조차 움직일 만큼. 남들이 단순히 싫어한다고,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갖고 있던 신념을 버렸던 기억이 있던 나로선, 용기가 없었던 나 자신이 데즈먼드에 비해 너무나도 한심하게 느껴졌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면 했어야 했는데. 사실 남들 눈치 보고 한 행동은 뿌듯하지도, 자랑스럽지도 않았었다. 그저 후회만 있었을 뿐. 어차피 후회할 것이라면, 한 번 용기를 내서 신념을 지켜볼 걸. 


다른 신념을 함부로 파악하지 말기

난 신념을 지키지 못했을 뿐 아니라, 심지어 다른 사람들의 신념 또한 함부로 판단했었다. <핵소 고지>에서 데즈먼드에게 야유를 퍼붓고 그를 거부했던 사람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만약 전쟁을 준비하는 군대에서 동료가 총을 잡지 않는다고 한다면 난 그를 이해하려는 노력보단 거부하고, 비난했을 것이다. 전쟁은 적을 죽이러 가는 곳인데, 총 없이 가능할 리가 없지 않은가. 하지만 <핵소 고지>를 보고, 나도 모르는 색안경을 끼고 세상을 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세상에는 다양한 신념들이 존재하고, 그 신념을 믿는 사람들에겐 그 신념을 갖고 있을 권리와 자유가 있다. 그리고 그 신념들이 꼭 나쁜 신념이라 할 수도 없다. 결국엔 데즈먼드는 그의 신념 하나로 75명의 부상자를 홀로 구해내지 않았는가. 


<핵소 고지>는 남들과는 다른 신념을 갖고 세상 앞에 용기 있게 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용기를 주고 있다. 남들이 다 맞다고 생각할 때, 홀로 '아니다'라고 외칠 수 있는 용기. 요즘엔 찾아보기 힘들다. 남들과 다른 의견을 제시하기만 했는데, '일베충', '빨갱이'로 몰리는 요즘 시대에 데즈먼드 같은 사람은 찾기 힘들다. 다행히도, 많지는 않지만 분명히 이 사회에 데즈먼드 같은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들은 사람들이 던지는 수많은 돌을 맞아가면서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것이다. 우리 역시 그들에게 돌을 던질 것이 아니라, 존중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보여야 할 것이다. 혹시 모르지 않나, 그들 중에 데즈먼드 로스와 같은 영웅이 나타날지. 계속 돌을 던지는 것은 제2, 제3의 데즈먼드를 포기하게 만들 것이다. 신념을 갖고 있는 자들은 그 신념을 지켜야 한다. 그리고 사회는 신념을 갖고 있는 자들을 존중해주어야 한다고 <핵소 고지>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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