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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쾀 Apr 16. 2017

본성은 극복할 수 있다

영화 <로건>이 던지는 의미심장한 메시지

어렸을 때부터 참 좋아했던 <엑스맨> 시리즈. 지금까지 나온 <엑스맨> 영화들은 빼놓지 않고 봤다. 다양한 능력을 가진 돌연변이 인간들을 보면서 동생과 함께 어떤 능력이 더 좋은지 신이 나서 토론을 했던 기억도 있다. 그렇게 <엑스맨 1편>이 개봉한 지 어언 17년이 지났고, 그리고 마침내 오늘, 드디어 <로건>을 보게 됐다. 사실 지금 <로건>을 봤다는 건 정말 늦게 본 것이다. 대부분 극장에선 이미 막을 내렸기 때문. 그래도 운 좋게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인해 미뤄왔던 <로건>을 오늘 다 봤다는 사실이 매우 뿌듯하다. 



내가 <엑스맨> 시리즈를 보면서 가장 좋아했던 캐릭터 역시 울버린이었다. 터프하고, 용감하고, 상처도 저절로 치유되는 '무적'의 울버린은 내게 있어서 최고의 엑스맨이었다. 울버린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 <로건>의 배경은 2027년이다. 이 영화에서 울버린은 내가 기억하던 울버린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역시 돌연변이도 몸의 한계가 있었던 모양이다. 세월의 흐름을 직격으로 맞은 울버린은 몸의 자연 치유 능력을 일부 상실했고, 그에 따라 그의 몸 안에 있던 아다만티움이 중독 반응을 일으켰다. 몸 상태가 몹시 안 좋은 그는 리무진 운전사로 근근이 먹고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어린 돌연변이 여자 아이를 만나게 된다. 놀랍게도, 그녀는 울버린의 유전자로 만들어진, 같은 능력을 지닌 돌연변이었다. 한마디로, 그의 '생물학적' 딸이었던 것이다. 실험소에서 빠져나온 로라의 목표는 '에덴'이라는 돌연변이 인간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도망치는 것. 로건은 상당히 큰 보수를 받고 그녀를 도와주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그녀를 도와주는 과정에서 본능에 충실했던 자기 자신 스스로가 변화하는 것을 느끼게 된다. 


로라와 로건은 서로를 변화시킨다

로라라는 돌연변이 여자아이는 엑스맨 초장기 때 울버린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분노로 가득 차고, 거침없고 잔인한 '짐승' 그 자체. 앞길을 막아서는 자는 양 쪽 손에서 뻗어 나오는 아다만티움 손톱(?)으로 베어버리는 로라와 울버린은 서로를 만난 후, 달라지게 된다. 영화 초반부에서 영화 <셰인>의 대사가 영화 내 TV 안에서 흘러나온다. '인간은 본성대로 살아야 한다. 사람을 죽이면 낙인이 찍혀 평생 고통을 받으며 살게 된다.' 과연 인간은 자신의 본성대로 살다가 죽어야 하는 것일까. <로건>은 울버린이 변화하는 과정을 나름 감동적이게 그리면서 인간은 자신의 본성대로 살아야 한다는 말에 반박한다. 


자신의 본성을 극복

극 중 울버린의 상대 악역으로, 울버린의 클론 X-24가 등장한다. 영혼도 없고,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분노로 가득 찬 살인 병기. 클론인 만큼 생김새 역시 울버린과 똑같다. 그런 X-24와 싸우는 울버린의 모습은 마치, 짐승 같고, 분노로 삶을 살아왔던 울버린 자기 자신과 싸우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그리고 대결에서 승리한 울버린은 비로소 자신의 본성을 극복하고, 이기적이고 짐승 같던 자신의 모습에서 벗어나 누군가를 위해 희생하는 새로운 모습을 찾게 된다. 돈 때문에 일을 시작했으나, 임무를 수행하고 난 뒤, 돈을 거부하는 모습에서 울버린의 변화를 눈치챌 수 있었다.  또한, 사람의 머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잘라버리고, 수십 명의 사람을 죽여댔던 로라 역시, 울버린을 떠나보내며 눈물을 흘리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사람마다 각자 다른 의견을 갖고 있겠지만, 난 우리 모두 각자 타고난 본성을 지니고 태어난다고 생각한다. 실존주의자들은 본성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난 아니다. 누구는 본성적으로 낙천적이고 쾌활할 수도 있지만, 누군가는 본성적으로 소심하고, 음울할 수도 있다. 그리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신의 본성대로 살아가게 된다. 그렇게 사는 게 더 편하니까.


본성과의 대결에서 승리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꼭 타고난 본성대로 살아야 하는 것인가? 그건 아니다. 본성적으로 소심하고 겁쟁이로 태어났다고 해서, 늘 도망만 칠 순 없다. 본성을 거스르는 그런 선택을 해야 한다. <로건>은 누구나 그런 선택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짐승처럼 수십 년을 살아온 울버린이 로라를 만나서 아버지 되고, 그녀를 위해 희생을 했다면, 우리는 못할 이유가 뭐가 있겠는가. 지금까지 본성대로 살아왔고,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이젠 과감하게 우리 자기 자신을 극복할 시간이다. 울버린이 X-24와의 대결에서 승리했듯이, 우리도 마음에 들지 않았던 본성과의 대결에서 승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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