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경험과 신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일 뿐이다.
요즘 혐오 문제로 SNS가 시끄럽다. 남성 혐오, 여성 혐오, 성적 소수자 혐오 등등 각종 혐오 발언 논란으로 일종의 전쟁터가 되어버린 SNS. 그런 전쟁터를 바라보면서 드는 생각이 있다. 과연 무엇이 '정상'이고 무엇이 '비정상' 일까. 서로 내가 정상이고, 네가 비정상이니 하며 싸우는데, 도대체 정상과 비정상이 무엇일까.
일단 국어사전을 찾아봤다. 정상의 정확한 뜻이 무엇일까.
정상(正常): 특별한 변동이나 탈이 없이 제대로인 상태
그렇다면 이전과 똑같은 상태를 정상이라고 부르는 것인가. 이 정의로는 정확한 '정상'의 뜻을 찾기 힘들어서 '제대로'라는 단어의 뜻을 찾아봤다.
제대로: 1. 제 격식이나 규격대로
2. 마음먹은 대로
3. 알맞은 정도로
우린 보통 제대로의 첫 번째 단어 뜻을 많이 사용한다. 즉 '정상'이라는 단어의 뜻은 과거와 다르지 않으며, 격식이나 규격대로 문제없이 돌아가는 상태. 이렇게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정의를 살펴보면 눈치챌 수 있다시피, '정상'이니, '비정상'이니 하는 단어는 사람을 상대로 쓸 수 있는 단어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격식이나 규격대로 움직이는 상태는 기계한테나 쓸 수 있는 말이지 사람한테 쓸 수 있는 말은 아니라는 것이다.
정상, 비정상은 사람이 아닌, 기계한테나 쓸 말이다
기계야 공장에서 규격대로, 딱딱 맞춰서 생산되기 때문에, 정상과 비정상의 구분을 명확하게 할 수 있다. 매뉴얼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그냥 '비정상'인 것이다. 그럴 땐 정상이 되기 위해서 수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사람의 경우는 완전히 다르다. 나의 의견과 다르다며 무조건 상대방을 '비정상'이라고 비하하는 행위는 상대방의 다양성을 무시하는 몰지각한 행위라고 볼 수 있다. 인간은 기계와 달리, 규격이 정해진 것이 아니다. 모두가 똑같은 사고방식을 갖고 살아가야 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굳이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단어에 국한되지도 않는다. 내가 맞고 너는 틀리다는 발상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동성애자 이슈가 있는데, 요즘 대선 토론 때문에 더욱 뜨거운 감자가 된 주제이기도 하다. 일단 까놓고 말하겠다. 이 세상에 동성애자 수가 적은 건 사실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있기도 하다. 이 세상 사람들은 대다수의 이성애자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소수의 동성애자들을 '비정상'이니, '틀렸다' 니 하며 비난하고 인정해주지 않는다면, 도대체 우린 공장에서 대량 생산되는 기계랑 뭐가 다른 것인가. 동성애를 '찬성' 하니, '반대' 하니는 정말 의미가 없다. 동성애는 찬반의 대상이 될 수 없을뿐더러, 각자 갖고 있는 서로 다른 성적 정체성이기 때문이다.
기득권이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앞으로 꽤 오랫동안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서의 전쟁은 계속될 것 같다. 일부 사람들은 동성애는 비정상적인 성적 정체성이라며 극단적으로 거부할 테고, 일부 사람들은 동성애를 비정상으로 취급하는 것이 오히려 '비정상'이라며 비난할 것이다. 서로를 '비정상'으로 치부하며 거부하는 태도는 끝없는 분쟁과 상처를 낳을 뿐이다. 솔직하게 말해서, 현실적으로, 우리나라에서 모든 사람들의 생각을 바꿔놓을 순 없을 것이다. 모든 사람들에게 동성애가 찬반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점을 인식시킬 수 없다. 겉으로는 밝히지 않았지만 동성애를 분명히 혐오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런데 그런 생각으로 20년을 넘게 살아온 사람들로 하여금 동성애에 대해 호의적으로 생각하도록 만드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오랜 세월 동안 무너지지 않은 벽을 허물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때론 부드럽게, 때론 강경하게 목소리를 높이곤 한다. 하지만, 이는 단단한 벽 뒤에 숨은 기존의 기득권층이 소수자들을 이해하려고 하는 노력을 전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득권이 먼저 소수자들에게 손을 내밀어야 한다. 소수자들이 손을 내밀라고 소리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먼저 행동해야 한다. '일반적'이지 않다고 '비정상'이라고 할 것이 아니라, 자칭 '일반적'인 사람들은 자신들이 갖고 있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해야 한다.
우린 정상도, 비정상도 아니다. 그냥 사람이다. 각자 다른 경험과, 신념을 갖고 있는 사람. 만약에 기존의 기득권과 다르지 않고, 지금까지 내려온 고정관념과 사상을 지니고 있는 사람을 정상이라고 한다면, 난 차라리 비정상이 되는 편을 택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