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 뒤에 숨겨진 당신의 상처
사람들은 당신을 폭군이라고 부른다.
통제가 불가능한, 구제불능이라고 뒤에서 혀를 차고 손가락질을 하기도 한다.
키는 180이 넘고, 몸은 단단한 근육으로 뒤덮인 당신의 모습은 그저 위협적일 수밖에 없을지도 모르겠다.
고등학생들의 주머니를 털고, 힘없는 나이 든 어르신들에게 내 얼굴마저 붉게 만드는 말을 뱉는 당신.
사람들은, 아니 우리는 당신을 미워한다. 어쩌면 증오를 하는지도.
당신이 우리 동네에서 나갈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혹시나 이삿짐 차가 오는 날이면 괜히 설레기도 한다.
당신이 하루라도 보이지 않는 날이면, 우리들 마음속에는 작은 파티가 열리곤 한다. 당신이 없는 날은 우리에게 또 다른 휴일과도 같은 날이었으니까.
우리의 마음을 알고 있던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당신은 우리의 시선이 마치 성가신 모기라도 되는 것 마냥, 눈 한번 흘긴 게 다였으니까.
하지만 난 보면 안 될걸 본건 지도 모르겠다. 그 날 이후, 난 당신을 예전처럼 바라볼 수 없었다.
예전처럼 당신을 문제아로, 구제불능에다가 폭군이라고 사람들 사이에서 같이 손가락질하던 때가 마음이 참 편했었다.
그러나 이젠 불편하다. 틀려서 불편한 게 아니라, 옳아서 불편하다.
나는 그날 당신을 보았지만, 당신은 날 보지 못했다.
날씨는 낮이 밤이 된 것처럼 어두웠고, 굵은 빗방울은 땅을 팔듯이 세차게 떨어지는 날이었다.
그날 하루 당신이 보이지 않아 마음속엔 궂은 날씨 속에서도 파티를 열고 있었고, 당신이 없는 마을 사람들 단톡에는 당신이 없어져서 너무 좋다는 그런 잔인한 말이 공감을 사고 있던 중이었다.
한 손에는 소주병, 다른 한 손에는 낡고 바랜 사진 한 장을 들고 있던 당신. 어쩌면 우산을 들 여유조차 없었을지도 모른다.
흠뻑 젖은 굽은 어깨를 갖고 있던 당신이 기대어 있던 회색 건물은 냉정하리만큼 당신을 외면하고 있었다.
당신은 폭군으로, 구제불능으로 불린다. 아니 불리고 싶어 한다.
당신은 상처를 갖고 있고, 그 상처를 가면 뒤에 숨기고 살아왔다.
난 지금 주제넘게 당신을 '감히' 판단하려고 한다.
왜냐하면 나는, 아니 우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당신을 우리 마음대로 판단해 왔으니까.
구제불능은 당신이 아니라, 우리였다.
당신의 거친 말들과 행동. 그리고 몸을 뒤덮고 있는 근육들.
당신은 더 이상 가면이 필요하지 않다.
이제 우린 당신을 받아들일 자신이 있으니까.
당신을 바꾸기 전에, 우리가 먼저 변하기로 마음먹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