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즐겨야 하는 게 청춘은 아니다.
도전을 하는 시기. 바보 같아도 되는 시기. 걱정하지 않고 하고 싶은걸 해보는 시기. 뜨거운 시기.
많은 사람들이 청춘을 칭하는 말들이다. 젊음을 젊은이에게 주긴 아깝다며 청춘의 소중함을 다소 공격적으로 표현한 유명인도 존재했다.
하지만 대한민국 청춘은 불안하다.
젊음을 젊은이에게 주긴 아깝다고? 이런 말은 성공한 나이 든 사람이나 할 법한 말이다. 돈과 명예를 다 가졌으니, 이제 남은 건 젊음이겠지. 돈도 있고, 명예도 있으니까 젊음까지 있으면 완벽한데, 그 젊음을 돈도, 명예도 없는 젊은이들이 갖고 있으니까 아쉬우니 저런 말을 하는 것이다.
내가 프로불편러라서 그런지는 모르겠다.
청춘이라고 불리는 대한민국 20대 젊은이들 머릿속엔 취업 걱정, 학비 걱정, 스펙 걱정으로 꽉 차 있다.
청춘을 즐기라는 말을 따르기 위해서는 그들이 포기해야 할 것이 너무나도 많다.
꽉 찬 아르바이트 일정, 어학 성적을 따기 위한 학원 일정 등, 무작정 청춘을 즐기기 위해 떠나기엔 그들이 벗어던져야 할 짐의 무게가 너무나도 무겁다.
청춘이 아닌 사람들이 내리는 청춘의 비현실적인 정의 앞에서, 정작 청춘들은 초라해진다.
여행 한 번 가기 위해서 깨지는 돈 앞에서 벌벌 떠는 청춘
토익 시험 점수 앞에서 전전긍긍하는 청춘
학비를 벌기 위해 편의점 야간 근무를 서며 꾸벅꾸벅 졸고 있는 청춘
이게 지금 대한민국 청춘의 현실적인 모습이다.
청춘. 나는 청춘을 이렇게 표현하고 싶다.
청춘(靑春)은 분명 아름다운 꽃이 피어나는 봄이다. 하지만 가장 연약하고 불안한 시기이기도 하다.
겨울이 지나 새롭게 피어난 가련한 새싹들이 살아남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계절.
사방은 따뜻함으로 가득 차 보이지만, 가장 아래에서는 살아남기 위한 차가움이 도사리는 계절.
청춘은 뭐든지 도전해 보는 시기라던데, 뜨거운 시기라던데, 훌쩍 여행을 떠나보는 시기라던데 나는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 라며 스스로를 비참하게 만드는 대한민국 청춘들에게, 같은 청춘으로써 말해주고 싶다.
당신은, 우리는 지금 충분히 청춘이라고.
청춘이라고 꼭 즐거울 필요는 없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