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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쾀 Jun 04. 2017

<원더우먼> 시원한 시작

스포 없는 지극히 개인적인 리뷰 

오늘 극장에 가서 <원더우먼>을 봤다. 긍정적인 평도 많고, 부정적인 평도 많은 영화지만, 워낙 히어로물을 좋아하기 때문에(특히 DC 코믹스) 의리로 찾아가서 봤다. 솔직히 기대는 크게 하지 않았다. 내 기억 속의 원더우먼은 촌스러운 의상에 채찍을 휘두르는 다소 약해(?) 보이는 그런 히어로였기 때문이다. 다른 DC 코믹스의 플래쉬, 배트맨, 슈퍼맨과는 좀 무게감이 확실히 다르다고 느껴지는 그런 히어로였다. 적어도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등장만으로도 압도적이다


원더우먼에 대한 선입견이 시원하게 날아갔다

<원더우먼>은 내가 갖고 있던 원더우먼의 선입견을 시원하게 박살을 내버린 그런 영화였다. 이 영화를 4DX로 안 보고 그냥 본 게 한이 될 정도로 이번 영화의 액션은 기가 막혔다. 모두가 알다시피 원더우먼은 총을 쏘거나 최신 무기로 적을 제압하지 않는다. 채찍을 휘두르고, 방패로 패고, 화살을 쏘고, 주먹을 휘두르는 다소 투박(?)한 전투 방식을 갖고 있지만 <원더우먼>은 그런 액션조차 너무나도 박진감 넘치게 그려냈다. 중간중간 절묘한 타이밍에 삽입된 슬로 모션 기법은 관객들로 하여금 원더우먼의 싸움에 더욱 몰입할 수 있게끔 도와줬다. 사실 슬로 모션 기법은 과하면 독이 되지만, <원더우먼>은 이 기법을 유치하지 않을 정도로 잘 이용했다고 생각된다. 

시원한 액션 씬, 때이른 무더위를 날려버린다
스파이더맨은 토비 맥과이어, 원더우먼은 갤 가돗

원더우먼 역할에 캐스팅된 갤 가돗은 신의 한 수였다. 다소 순진하지만 고집이 있고, 신념이 있는 그런 원더우먼 역할에 제격이었다. <분노의 질주> 시리즈로 사람들이 많이 기억하는 갤 가돗은 사람들이 원하는 원더우먼의 모습을 그대로 그려냈고, 앞으로 나올 <저스티스 리그> 영화에서도 더욱 기대가 되는 배우가 되었다. 내 가슴속 스파이더맨은 영원히 토비 맥과이어인 것처럼, 원더우먼은 갤 가돗이 될 듯싶다. 


처음부터 완벽했던 그녀, 그래서 지루했을 수도 

다만 이 영화가 왜 평이 갈렸는지는 보고 나서 이해가 되었다. 영화의 개연성과 시나리오만 따진다면 이 영화는 다른 성공한 마블 히어로물 영화들보단 다소 진부하고 지루할 수도 있다고 평가하고 싶다. 사실 히어로물의 첫 번째 영화는 보통 그 히어로가 어떻게 탄생을 하게 되었고, 자신의 힘을 깨달아가는 과정을 자세히 그린다. 그런 과정에서 관객들은 그 히어로의 탄생과 완성을 옆에서 지켜보며 일종의 뿌듯함을 느끼곤 한다. 하지만 <원더우먼>의 다이애나는 이미 완성된 히어로라 봐도 무방했다. 그녀는 처음부터 끝까지 강했다. 누군가의 도움은 거의 받지 않고(영화 첫 부분 빼고) 자신의 목적을 달성한다. 절체절명의 위기의 순간에도 그녀는 혼자서 헤쳐나간다. 많은 공감대를 사는 히어로물들은 아무리 히어로라지만 위기는 존재할 수 있고, 인간의 도움을 받아서 함께 적을 무찔러야 한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원더우먼은 혼자 적진으로 뛰어들어가서 적들을 일망타진하는 등, 동료들의 존재를 무색하게 만드는 재주를 지니고 있었다. 히어로와 평범한 인간들의 협력이 딱히 드러나지 않았던 그런 영화였다. 

원더우먼과 들러리들. 왜 나왔니 너네.


<원더우먼>은 무더위에 콜라 같은 시원한 영화

이번 영화를 한 마디로 평가하자면 '시원하다'라고 평가하고 싶다. 요즘 히어로물을 보면 주먹싸움보단 첨단 무기로 싸우는 모습을 더 많이 보게 되는데(아이언맨 덕분에), <원더 우먼>은 화끈한 히어로의 액션에 대한 갈증을 말끔히 해소해준 그런 영화였다. 액션 신을 보다가 소름이 돋을 정도였으니. 그리고 마블이 판치는 세상에서 배트맨과 슈퍼맨에 이은 DC 코믹스의 또 다른 도전이었다. 그리고 그 도전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갤 가돗과 원더우먼, 그리고 저스티스 리그. 앞으로 행보가 더욱더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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