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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쾀 Jul 20. 2017

드디어 전역

2년은 길고도 긴 시간이었다.

드디어 전역했다. 육군도 아니고 24개월의 공군은 길고도 긴 시간이었다.  


지금까지 내 글을 읽은 대다수의 사람들은 내가 군인이라는 사실을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군인이라기엔 너무 자주 글을 썼고, 주제도 다양했으니까. 그런데 이 브런치 자체를 군대에서 시작했다. 평소에도 책과 영화를 보는 것을 무척 즐기긴 하지만 글을 제대로 써볼 생각을 한 것은 올해 2월이었다. 군대에서 보내던 연속된 무의미한 시간을 조금이라도 바꿔보려는 노력이었다. 글을 쓰겠다고 마음은 먹었지만 군대라는 환경은 글쓰기엔 매우 열악한 환경을 지니고 있었다. 자유롭게 컴퓨터를 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군대 안에서 경험할 수 있는 것들 역시 제한되어 있었다(무엇보다 커피 냄새나는 카페가 없다!). 글로 쓸 소재는 쉽게 바닥났고, 일상에서 그 소재를 다시 찾기엔 쉽지가 않았다. 일상이라고 해봤자 매일매일이 똑같은 군대 일과였으니까.


현실을 외면하고 과거를 뒤지다

그래서 난 글을 쓸 때 과거를 뒤졌다. 답답하고 똑같은 국방색 현실에서 등을 돌리고 때론 아름답기도 했고, 때론 슬프기도 했지만 다양한 색깔과 머리카락이 존재했던 과거를 탐닉했다. 나름 20년 넘게 살아오면서 경험했던 것들, 생각했던 것들을 글에 녹여내니 글 소재는 꽤 충분했다. 재밌는 경험이 마땅히 떠오르지 않으면 중간중간 단편 소설을 써가면서 글 쓰는 습관이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그렇게 꾸역꾸역 과거를 뒤지고, 덧붙이고를 반복하다가 이젠 더 이상 과거에서 빼먹을 게 없다고 생각될 쯤에 운 좋게도 전역을 하게 됐다. 삭막한 철조망에서 벗어나서 세상에 다시 나오니 사방엔 글 쓸 소재가 가득했다. 길을 다니는 수많은 사람들, 도시 풍경 모두 좋은 글감이 될 것 같았다. 무엇보다도 제일 행복한 것은 내게 '표현의 자유'가 비로소 생겼다는 점이다. 군인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의무로 인해서 때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못 하기도 했고, 지지하고 싶은 의견을 지지하지 못하고 멀리서 소심하게 마음속으로만 응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젠 더 이상 정치적 중립을 지킬 의무가 없다. 앞으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마음껏 할 수 있다는 점, 그게 제일 행복하다.


이젠 과거가 아닌, 현재를 담을 것이다

이 글은 단순히 전역을 자랑 글이 아니다. 군대에서 조금씩 끄적인 걸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옮겨 적던 내 브런치가 이젠 더 큰 발전을 할 것이라는 자기암시인 동시에 소망이다. 과거보단 이젠 현재가 담길 브런치. 앞으로 보고, 듣고, 느낄 모든 것이 담길 브런치. 짧았던 내 머리카락이 풍성해지듯 글의 색깔도 풍성해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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