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느쾀 Sep 11. 2017

욕심이 많이 담긴 <아이캔스피크>

지극히 개인적인 <아이캔스피크>  시사회 후기

스포 있습니다. 그리고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는 <아이캔스피크>. 많은 사람들이 예고편만 보고 나문희가 이제훈한테 영어 배우는, 유쾌한 코미디 영화일 거 같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영화에 코믹한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다. 관객들을 빵빵 터뜨리는 유쾌한 부분들이 존재하지만, 이 영화가 갖고 있는 주제는 훨씬 무겁다. 나문희가 영어를 왜 배우고 싶어 하는지는 예고편에서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만큼 중요하니까. 


개인적으로 100% 만족할 수 없었던 영화

사실 개인적으로 난, 이 영화가 100% 만족스럽지 않았다. 분명, 흥행 요소들이 많이 존재하는 건 사실이다. 눈물샘을 자극하는 감동적인 장면부터,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유쾌한 장면, 그리고 시사성 있는 메시지. 하지만 이 모든 것을 한 영화에 담아내는 데엔 한계가 분명히 있었다. 

나문희와 이제훈의 케미는 인정한다


메시지가 분명하지 않았다

<아이캔스피크> 첫 장면은 비가 내리는 어두운 골목길에 누군가가 건물 재건축을 목적으로 망치로 건물을 허무는 장면이다. 그 모습을 나문희가 몰래 카메라로 찍어서 구청에 민원을 제기하는데, 워낙 민원을 많이 제기하는 '도깨비 할머니'로 악명 높은 나문희였기 때문에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미 건물주와 구청 간의 이야기가 되어있는 상황이라 나문희의 증거들은 모두 무의미하게 된다. 건물의 재건축을 진행하기 위해 건물에서 장사를 하는 사람들 보고 장사를 접으라고 폭력배들을 동원해 압박을 하는 등, 긴장감은 더욱 고조된다. 이때까지만 해도 건물 주와 주민들과, 구청 간의 갈등이 이 영화의 주 소재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용산 참사를 소재로 하는 영화인가 싶기도 했고. 

가게를 비우라는 협박을 받는 상인들

그런데 웬걸, 나문희가 그 누구도 예측할 틈도 주지 않고, 위안부 피해자였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위안부 피해자였던 나문희의 친구가 건강 악화로 더 이상 연설을 할 수 없게 되자, 친구의 뒤를 있겠다는 결심으로 나문희는 매스컴에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미국에 있는 동생과 통화하기 위해서 영어를 공부하는 게 아니라, 미국에서 영어로 위안부 피해 사실에 대해 증언을 하기 위해, 영어를 배웠던 것이었다. 그리고 재건축 문제로 발생한 상인들과 폭력배들의 갈등은 이제훈의 '구청에서 나왔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다소 허무하게 마무리된다. 결국 재개발 문제와 위안부 문제 둘을 다루기엔 영화는 짧았고, 두 문제들을 통해 영화가 던지고 싶은 메시지 역시 분명하지 않았다.



감독의 욕심이 많이 드러났던 영화 <아이캔스피크>

위안부를 소재로 한 영화라는 점에서 이 영화는 분명 시사성도 있고, 의미도 존재한다. 하지만 나의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소재를 잘 살리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눈물을 자극하는 감동적인 장면들은 너무 영화의 비슷한 구간대에 집중이 되어서, 영화의 분위기를 급작스럽게 무겁게 만들어버렸다. 좀 울다가 웃다가 해야 하는데, 울다가 또 울다가 또 울다가... 영화가 후반부로 갈수록 훌쩍거리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났다. 


영화가 잘 됐으면 좋겠다는 감독의 의지가 참 영화 구석구석에서 잘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배우들의 연기력 또한 너무나도 뛰어나서 극 중 몰입이 상당히 수월했다. 하지만 욕심이 과하면 모든 걸 잃을 수도 있는 법. <아이캔스피크>에 욕심이 조금만 덜 담겼다면 훨씬 자연스러운 작품이 탄생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이제훈은 역시 잘생겼다.


매거진의 이전글 소박하지만 거대했던 사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