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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쾀 Sep 19. 2017

살아남기만 해도 '퍼펙트데이'

국제구호요원들의 예기치 못했던 24시간<어퍼펙트데이> 


지구 어디선가는 아직도 내전과 전쟁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국가들이 있다. 놀라운 사실은 하루하루가 전쟁터이고, 지옥인 곳에 누가 억지로 강요하지도 않았는데, 목숨을 걸고 사람들을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어퍼펙트데이>는 보스니아 내전의 후유증으로 고통받는 마을을 배경으로 한다. 그리고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NGO 국제구호요원들. 때론 긴장감 넘치기도 하고, 때론 웃음이 넘치기도 하는 그들의 임무 수행 과정이 사실적으로 잘 드러난 영화였다. 

이 영화의 간략한 줄거리는 이렇다. 보스니아의 한 마을의 우물에 시체가 빠져서 오염이 된 상황이다. 24시간 내로 시체를 꺼내지 않으면 부패로 인해 우물을 아예 못쓰게 된다. 그 시체를 꺼내려면 튼튼한 밧줄이 있어야 하는데, 당장 가까운 곳에서 구할 수가 없는 상황. 그 마을에서 사는 꼬마 아이를 우연히 만나게 되고, 그 꼬마 아이의 집에 밧줄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국제구호요원들과 꼬마 아이가 함께 밧줄을 가지러 가는 여정을 그린 영화. 

참 아이러니하게도, 영화 내내 국제구호요원들에게 불운이란 불운은 다 찾아온다. 길을 가다가 군인들로 인해, 길이 막혀서 돌아가게 되고, 길 한가운데 놓여있는 소 시체 주변에 매설되어 있을 지뢰로 인해 길을 못 지나가고 하룻밤을 길가에서 지내기도 하고, 마지막 결정적인 순간에 UN의 방해를 받기도 하고. 영화 제목 '퍼펙트데이' 와는 영 거리감이 있는 내용이 전개된다. 


하지만 그런 온갖 고난 속에서 팀원들은 죽지 않고 살아남았다는 데 의의를 둔다. 고통받고 있는 지역 주민들이 그들의 가족이고, 그들이 아니면 도와줄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국제구호요원들의 모습에선 그 어떤 직업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사명감이 드러났다. 평범한 삶을 포기하고, 누군가를 위해 봉사하는, 그것도 목숨까지 걸고 봉사하는 그들의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했다. 목숨을 잃지 않고, 하루 하루 계속 살아남으면서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면 그거야말로 '퍼펙트데이'인 것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많이 떠 올린 건 실제로 저런 분쟁 국가에 가서 취재 활동을 하는 기자들이었다. 국제구호요원들이 목숨 걸고 지역 주민들을 도와주는 것과 같이 그런 기자들도 목숨 걸고 취재를 하는 것이다. 자신의 직업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 그리고 보람이 없다면 감히 시도할 수 없는 직업들. 과연 목숨을 걸만큼 의미 있는 직업이 내게 생길 수 있을까. <어퍼펙트데이>를 보면서 고생하는 국제구호요원들이 안타깝기도 했지만 부러웠던 게 더 컸던 거 같다. 자신의 인생을 걸만한 직업을 그들은 찾았고, 앞으로도 그 일을 하면서 보람을 느낄 테니까.  앞으로 나도 목숨을 걸진 않더라고, 그들만큼 일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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