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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쾀 Nov 15. 2017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생각보다 감동적이거나 슬프진 않았다.

지금까지 본 영화 제목 중에서 가장 기괴한 제목을 가진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를 드디어 봤다. 영화 홍보만 보면 최고로 감동적인 영화가 될 것만 같았다. 사실 지금까지 수백만을 울렸다는 일본 영화('지금 만나러 갑니다' 등등)를 몇 작품 봤지만, 눈물 한 방울 나지 않았었기 때문에, 이번 영화는 조금 기대를 했다. 이번엔 과연 나도 눈물 날 정도로 감동적인 영화일까 하고 말이다.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눈물은 나지 않았다. 다만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는 감동적이라기 보단 안타까움이 더 많이 드러나는 영화였다.

감동적이기보단 안타까움

옛날 사람들은 자신의 어떤 장기가 안 좋으면 다른 동물의 장기를 먹었다고 한다. 예를 들면 간이 안 좋으면 다른 동물의 간을 먹고, 신장이 안 좋으면 신장을 먹었다. 췌장에 문제가 있어서 1년 안에 죽는 사쿠라가 이런 비밀을 우연히 알게 된 시가에게 '너의 췌장을 먹고 싶다'라는 말을 한다. 처음엔 장난으로 시가의 췌장을 먹어서 병을 낫고 싶다는 의미였겠지만 영화가 후반부로 흘러갈수록 이 말은 또 다른 의미를 띠게 된다. 바로 상대방의 췌장을 먹으면 그 상대방이 먹은 사람 안에서 살아갈 수 있다는 의미. 시간이 흘러갈수록 사쿠라에 대한 마음이 커지게 된 시가는 사쿠라의 췌장을 먹어서 사쿠라가 죽더라도 자신의 마음속에서 계속 살아갔으면 하는 마음으로 '너의 췌장을 먹고 싶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사쿠라에게 남은 시간은 예정보다 빨리 끝나버렸다. 묻지 마 살인을 당했기 때문. 

병원에서 사쿠라의 비밀을 알아버린 시가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는 친구랑 어울리지 않고 늘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시가와, 항상 친구들 사이에 둘러싸여 있고, 그녀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넘치는 사쿠라가 어떻게 서로 가까워질 수 있었는지, 서로가 되고 싶어 졌는지에 초점을 맞춘 영화였다. 아마도 사쿠라는 자신의 비밀을 알고도 무덤덤하게, 평범하게 자신을 대해준 시가에게 매력을 느꼈을 것이고, 시가는 자신에게 먼저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사쿠라에게 매력을 느꼈을 것이다. 


만약 관객들이 눈물을 흘렸다면, 결국 서로의 진심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채 삶과 죽음으로 갈라지게 된 시가와 사쿠라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드디어 시가, 자신이 사쿠라를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사쿠라에게 이를 표현하려고 했을 땐 이미 사쿠라는 이 세상에 없었으니까.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이 하루하루를 소중히 여기고, 매일매일을 의미 있게 보내고자 하는 모습은 참 안타깝지만, 감동을 자아내기엔 조금은 식상한 주제가 아닐까 감히 생각해본다. 


유언장을 미리 써놓자

이 영화를 보고 느낀 점이 있다면, 유언장은 미리미리 써놓자 정도. 사람은 언제 어떻게 죽을지 모르고, 그 사람이 남긴 마지막 말은 그 사람을 사랑했던 남겨진 사람들에겐 너무나도 소중한 울림으로 남아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집에 가서 유언장이나 미리 써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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