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생각보다 감동적이거나 슬프진 않았다.

by 느쾀

지금까지 본 영화 제목 중에서 가장 기괴한 제목을 가진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를 드디어 봤다. 영화 홍보만 보면 최고로 감동적인 영화가 될 것만 같았다. 사실 지금까지 수백만을 울렸다는 일본 영화('지금 만나러 갑니다' 등등)를 몇 작품 봤지만, 눈물 한 방울 나지 않았었기 때문에, 이번 영화는 조금 기대를 했다. 이번엔 과연 나도 눈물 날 정도로 감동적인 영화일까 하고 말이다.

movie_image.jpg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눈물은 나지 않았다. 다만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는 감동적이라기 보단 안타까움이 더 많이 드러나는 영화였다.

감동적이기보단 안타까움

옛날 사람들은 자신의 어떤 장기가 안 좋으면 다른 동물의 장기를 먹었다고 한다. 예를 들면 간이 안 좋으면 다른 동물의 간을 먹고, 신장이 안 좋으면 신장을 먹었다. 췌장에 문제가 있어서 1년 안에 죽는 사쿠라가 이런 비밀을 우연히 알게 된 시가에게 '너의 췌장을 먹고 싶다'라는 말을 한다. 처음엔 장난으로 시가의 췌장을 먹어서 병을 낫고 싶다는 의미였겠지만 영화가 후반부로 흘러갈수록 이 말은 또 다른 의미를 띠게 된다. 바로 상대방의 췌장을 먹으면 그 상대방이 먹은 사람 안에서 살아갈 수 있다는 의미. 시간이 흘러갈수록 사쿠라에 대한 마음이 커지게 된 시가는 사쿠라의 췌장을 먹어서 사쿠라가 죽더라도 자신의 마음속에서 계속 살아갔으면 하는 마음으로 '너의 췌장을 먹고 싶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사쿠라에게 남은 시간은 예정보다 빨리 끝나버렸다. 묻지 마 살인을 당했기 때문.

movie_image (1).jpg 병원에서 사쿠라의 비밀을 알아버린 시가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는 친구랑 어울리지 않고 늘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시가와, 항상 친구들 사이에 둘러싸여 있고, 그녀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넘치는 사쿠라가 어떻게 서로 가까워질 수 있었는지, 서로가 되고 싶어 졌는지에 초점을 맞춘 영화였다. 아마도 사쿠라는 자신의 비밀을 알고도 무덤덤하게, 평범하게 자신을 대해준 시가에게 매력을 느꼈을 것이고, 시가는 자신에게 먼저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사쿠라에게 매력을 느꼈을 것이다.

movie_image (2).jpg


만약 관객들이 눈물을 흘렸다면, 결국 서로의 진심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채 삶과 죽음으로 갈라지게 된 시가와 사쿠라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드디어 시가, 자신이 사쿠라를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사쿠라에게 이를 표현하려고 했을 땐 이미 사쿠라는 이 세상에 없었으니까.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이 하루하루를 소중히 여기고, 매일매일을 의미 있게 보내고자 하는 모습은 참 안타깝지만, 감동을 자아내기엔 조금은 식상한 주제가 아닐까 감히 생각해본다.


유언장을 미리 써놓자

이 영화를 보고 느낀 점이 있다면, 유언장은 미리미리 써놓자 정도. 사람은 언제 어떻게 죽을지 모르고, 그 사람이 남긴 마지막 말은 그 사람을 사랑했던 남겨진 사람들에겐 너무나도 소중한 울림으로 남아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집에 가서 유언장이나 미리 써볼 생각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살아남기만 해도 '퍼펙트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