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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쾀 Nov 19. 2017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

겉모습으로만 사람을 판단하는 건 이제 그만 

2001년도에 개봉한 러브 코미디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는 코미디 배우 잭 블랙과 <아이언맨>에서 페퍼 역을 맡았던 기네스 팰트로가 주연을 맡은 영화이다. 개봉한 지 15년이 넘었지만 지금 봐도 재미와 감동을 선사해주는 소중한 영화이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들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 세상 모든 외모지상주의자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영화

기본적인 내용의 줄거리는 이렇다. 외모지상주의의 끝판왕 할 라슨(잭 블랙)은 말도 안 될 만큼 높은 외적 기준을 가지고 있었다. 자신과 만날 여성은 몸매도 좋고 얼굴도 이쁘고, 심지어 교양까지 있어야 한다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갖고 살고 있었다. 이런 턱없이 높은 기준 때문에 여성들에게 번번이 차이고, 저질 같다는 소리까지 듣는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할은 본인의 기준을 낮출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러나 할은 우연히 토니 로빈스라는 심리학자(실제로 저명한 심리학자이다. 영화에 카메오로 출연했다)와 고장 난 엘리베이터에 갇혀서 자신의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이는 할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는다. 

실제로 유명한 심리학자인 토리 로빈스(좌)
누가 더 좋소? 한쪽 가슴이 없는 여자와, 한쪽 뇌가 없는 여자 중에서. 
힘드네요. 남은 가슴은 풍만한가요?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에서 토니 로빈스와 할의 대화 중


엘리베이터에서 나온 이후로, 여성들에게 번번이 차이기만 했던 할은 아름다운 여성에게 작업을 걸어도 차이지 않게 되었다. 그러다가 로즈메리 샤나한(기네스 펠트로)이라는 아름다운 여성을 만나게 된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로즈메리에게 할은 관심을 갖게 되고, 로즈메리 역시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할에게 관심을 갖게 된다. 그렇게 둘은 더욱 가까워져서 사귀게 되는데, 이상한 일들이 일어난다. 로즈메리가 앉아있던 의자가 무서져 버린다든지, 로즈메리 혼자 엄청난 양의 음식을 다 먹어치운다든지, 속옷가게에서 산 속옷들의 사이즈도 엄청나게 크다든지. 이상한 일 투성이었지만, 할은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고 로즈메리와 관계를 이어나간다. 심지어 같은 외모지상주의였던 친구와 딸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었던 로즈메리의 아버지에게 따끔한 충고까지 한다. 할과 로즈메리는 같이 병원 봉사활동을 가서 아픈 아이들과 놀아주고 파티에서 춤도 추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남자는 평생 살면서 대게 두세 번쯤 큰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지.  
수많은 여자와 자유롭게 즐기면서 살 것인가 아니면 평생 오직 한 여자에게만 매여서 살 것인가. 두 번째 선택이 손해인 것 같지만 실은 그 보상이 훨씬 커. 행복을 얻거든. 난 두 번째 길을 선택할 거야"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 할과 질의 대화 중

하지만 알고 보니, 할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토니 로빈스에게 최면이 걸려서 사람의 외면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내면의 아름다움을 눈으로 볼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즉, 외면이 아무리 흉해도, 내면이 아름답다면 할의 눈에는 아름다워 보였다. 최면이 풀린 할의 눈 앞엔 아름다운 몸매의 로즈메리가 아니라, 몸무게가 거의 120kg에 육박하는 거구의 여인이 서있었다. 충격을 받은 할은 며칠간 로즈메리의 연락을 피했다. 며칠 시간이 지난 후, 다시 로즈메리를 찾기 위해 로즈메리와 봉사를 했던 병원에 찾은 할은 큰 충격을 받는다. 로즈메리와 함께 놀아주던 예쁜 아이들이 사실은 화상으로 인해 얼굴이 심하게 흉져있었다는 것. 할은 비로소 중요한 것은 외면이 아닌 내면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다시 로즈메리에게 돌아가서 용서를 빌고 함께 해외로 봉사를 떠나는 것으로 영화는 마무리된다. 

뚱뚱한 분장을 한 기네스 팰트로. 최면이 풀린 할 눈앞에 나타난 로즈메리의 모습이다



내면의 아름다움은 찾는 자에겐 보이게 되어 있다

보이지 않는 내면의 아름다움을 외적인 모습으로 바꿔서 보게 되는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는 정말 기발했다. 할이 최면에 걸렸을 때의 아름다운 로즈메리의 모습과 실제 로즈메리의 모습 모두 기네스 팰트로가 연기했다는 점은 신기했다(뚱뚱한 분장을 했다고 한다). 만약 할이 최면에 걸리지 않은 상태에서 로즈메리를 봤다면 과연 로즈메리와 사랑에 빠질 수 있었을까? 로즈메리와 사랑에 빠진 후, 나중에 최면이 풀렸을 때도 그의 사랑은 변하지 않았다(조금 혼란스럽긴 했지만). 이미 그는 로즈메리의 내면의 아름다움에 사랑에 빠졌으니까. 


사실 내면의 아름다움이 중요하다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그 사람을 제대로 알지 못할 때 우리가 볼 수 있는 건 외적인 아름다움 뿐이기 때문에 거부감 드는 외모를 가지고 있으면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피하게 된다. 만약 그들에 대해 더 알게 된다면 비록 그들의 외적 미모는 볼품없더라도, 내면은 아름다울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지 않을까. 우리에게 필요한 건 외적인 모습만 바라보고 바로 피하는 것이 아니라, 내적인 모습까지 더 알고자 하는, 용기이다. 내면의 아름다움은 찾는 자에겐 보이게 되어있으니까.


외적인 모습만으로 남을 평가하곤 했던 나 자신을 돌아보며, 이 세상 모든 외모지상주의 사람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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