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느쾀 Sep 28. 2017

아이스크림

녹아버린 아이스크림과 꽃무늬 도자기 그릇

너와 나 사이에 덩그러니 놓인 아이스크림.

한 컵도 채 되지 않는 적어 보이는 아이스크림을 천천히 작은 숟가락으로 떠먹는 너의 모습이 퍽 귀엽다. 

항상 한 입에 다 털어 넣는 나와 달리, 뭐든지 느긋하게 먹는 너를 아이스크림은 기다려주지 않았다. 

순식간에 녹아서 그릇 바닥을 채우고 있는, 나의 하얀 마음을 투덜거리며 조금씩 떠먹고 있는 너. 

작은 손가락을 쥐고 있는 너의 귀여운 손가락에 눈이 간다. 


내 마음은 다시 예전처럼 돌아갈 수 없다.  

다시 냉동실에 넣고 얼린다고 해도, 예전의 이가 시릴정도로 차가웠던 난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이미 너의 봄 같은 웃음에 녹아버린 난 너의 앞에 있는 꽃무늬 도자기 그릇을 부드럽게 채우고 있다. 


숟가락을 그릇 옆에 가지런히 내려놓고 넌 날 바라봤다.

너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너의 눈빛은 정말 따뜻했다. 


투둑, 툭


마음 한 구석에 오랫동안 남아있던 얼음 조각에 금이 가는 소리. 

내 마음의 시린 기억들이, 너라는 존재를 통해 녹아내리고 있고 있었다.  


몇 달간 가슴에 박혀있던 얼음 조각들이 녹아 고스란히 꽃이 되었다.

그런 내 마음을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아이스크림이 다 녹았다며 멋쩍게 웃는 너. 


바보야, 아이스크림만 녹은 게 아니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