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당신과 함께 있고 싶었던 거야.
"집에는 어떻게 가세요?"
귀가 아릴 만큼 큰 음악소리와 깨질듯한 술잔 부딪히는 소리 사이로 내 귀를 파고든 당신의 하이톤 목소리.
음 난 지금까지 집을 어떻게 갔더라. 버스는 눈이 오든 비가 오든 절대로 타지 않는다. 버스에서 나는 특유의 좌석 시트 냄새가 속을 울렁이게 만들어서 그런지, 난 버스만 타면 멀미로 고생을 한다. 하지만 당신은 지하철 대신, 집 앞까지 가는 버스를 타고 집에 가겠지. 동대문 역사문화공원 역까지라도 같이 이야기를 하며, 같이 자리에 앉아서 서로의 어깨에 술에 취한 척 머리를 기대는 일은 아마 없겠지. 시끄러운 사람들 사이에서 얼굴에 미세한 경련이 일어날 만큼 힘겹게 쓰고 있는 웃음을 내려놓고, 당신을 들여다볼 시간이 난 더 필요했다.
"저도 버스 타요."
"어디에서 버스 타세요?"
"사실 잘 모르는데..."
버스 탄다면서 어디서 버스를 타는지도 모르는 그런 사람이 어딨을까.
맥주집의 붉은 조명이 마냥 고마울 뿐이었다. 내 말을 듣고 당신은 의아하다는 눈빛으로 날 쳐다보다가 싱긋 웃었다. 아마 조금 특이한 사람이라고 생각했겠지. 어쩌면 술에 많이 취해서 이상한 소리를 해대고 있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살짝 상기된 얼굴, 불안한 듯 흔들리는 동공. 술은 아니지만 분명 난 무언가에 취해있었다.
당신을 따라서 무작정 버스를 타겠다고 할 만큼 당신과 함께 있고 싶었으니까.
그렇게 버스를 타러 가는 길. 사실 난 버스 몇 번을 타야 하는지도 모르고, 길 반대편 정류장에서 타야 하는지, 아니면 당신과 같은 버스정류장에서 타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아니, 당신을 따라 버스 정류장에 도착한 순간부터 알고 싶지 않아졌다. 이미 난 당신과 함께 있고, 사람들로 가득 찬 버스를 탈 용기가 없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당신과 버스정류장까지 걸어가면서, 당신이 타고 갈 버스를 기다리면서 우리 둘이 함께 나누었던 대화 내용이 기억나질 않는다. 아마 심하게 취해서 그랬나 보다. 필름이 끊길 정도로.
그렇게 당신이 버스를 타고 집으로 출발했을 때, 난 터벅터벅 홀로 지하철 역으로 향했다. 그렇게 늘 타던 지하철에 타서 배터리도 얼마 남지 않은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렸다. 그리곤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심하게 두근대는 심장을 무시하고 카톡을 보냈다.
"이제 버스 탔다ㅋㅋ"
황급히 스마트폰을 호주머니 안에 넣고 기다렸다. 잠시 후, 허벅지에서 느껴지는 스마트폰 진동소리.
심호흡을 한 번 한 뒤, 스마트폰을 켜봤다.
우리의 인연은 단지 버스 정류장에서 끝나지 않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