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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쾀 Nov 10. 2017

이물질은 삭제되는 사회

<편의점 인간>, 정상의 기준은 존재하는 것인가 

과연 정상이란 것의 기준은 무엇일까. 대학교를 졸업하고, 제대로 된 직장을 갖고, 결혼할 나이가 되면 결혼을 하고, 자식은 한 두 명 정도 낳고, 가정을 꾸려서 살아가는 것? 그렇다면 이런 기준에서 엇나간 사람들은 전부 비정상인 것일까? <편의점 인간>의 저자는 18년 동안 직장을 구할 노력은 애초에 해본 적도 없는, 18년째 편의점 알바만 하고 있는 주인공 후루쿠라(게이코)를 통해 '정상의 기준'에 저항한다. 놀라웠던 점은 작가 역시 대학교 재학 시절부터 편의점 알바를 시작해서 18년 동안 해온 '편의점 인간'이라는 점이다. 



나는 인간인 것 이상으로 편의점 직원이에요

후루쿠라는 '정상인'의 눈에선 반사회적 인격 장애로 보일 수도 있을 만큼, 어렸을 때부터 남들과는 확연히 다른 기준으로 삶을 살아가던 사람이었다. 어렸을 때, 작고 조그마한 새가 땅에 죽어있는 걸 보고, 주변 아이들이 모두 슬퍼할 때, 새고기를 좋아하는 아빠를 생각해서 구워 먹자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했다. 친구 둘이서 싸우고 있을 때 이를 멈추기 위해 삽을 가져와서 두 친구들의 머리를 강하게 내리치기까지 한 후루쿠라의 모습은 남들은 전혀 이해할 수가 없는 모습이었다. 다만 후루쿠라는 자신만의 기준이었던 '실용성' 측면에서 모든 걸 판단했을 뿐이다. 땅에 새가 떨어져 있으면 그걸 구워 먹으면 이득이고, 빨리 싸움을 말리기 위해서는 친구를 삽으로 내리치는 게 가장 효과적일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 후루쿠라의 '기준'에 가장 맞는 직업은 편의점 알바였을 것이다. 


편의점에는 모든 것들이 '효율성'을 기준으로 존재한다. 물건 진열도 손님에게 잘 팔리도록 진열이 되어있고, 더운 날에는 샌드위치가 잘 팔리니까 샌드위치를 많이 만들고, 추운 날에는 찐빵이 잘 팔리니까 찐빵을 많이 만들고. 모든 것들은 이득을 많이 내는, 정해진 매뉴얼에 따라 움직인다. 후루쿠라에 게 편의점이라는 공간은 자신을 유일하게 '인간'으로 만들어주는 공간이었다. 그리고 후루쿠라는 매뉴얼을 익히고, 편의점이라는 세계를 더욱더 흡수하고 닮아가게 된다. 

그때 나는 비로소 세계의 부품이 될 수 있었다. 나는 '지금 내가 태어났다'라고 생각했다. 세계의 정상적인 부품으로써의 내가 바로 이날 확실히 탄생한 것이다-<편의점 인간> pg.27


하지만 주변 사람들이 후루쿠라를 보는 눈은 탐탁지 않다. 나이를 먹어도 결혼도 하지 않고, 제대로 된 직장 하나 없는 후루쿠라는 그들에게 '이물질'에 불과하다. 그런 핍박받는 삶을 잠시라도 탈출하기 위해, 자신을 정상으로 복원해보기 위해, 또 하나의 핍박받는 인생을 살고 있는 시라하라는 사람을 집으로 데려와 '위장 동거'를 한다.

정상 세계는 대단히 강제적이라서 이물질은 조용히 삭제된다. 정통을 따르지 않는 인간은 처리된다. 그런가? 그래서 고치지 않으면 안 된다. 고치지 않으면 정상인 사람들에게서 삭제된다
<편의점 인간> pg. 98

 주변 사람들에게도 만나는 사람이 있다고 소개한다. 자신을 먹여 살려 달라는 시라하는 후루쿠라에 게 편의점 알바를 관두고 제대로 된 직장을 갖길 요구한다. 편의점 알바를 관두고 새 출발을 시작한 거냐며 후루쿠라를 보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은 조금 달라지지만, 후루쿠라는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 것만 같은 느낌을 받는다. 결국,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기로 하고, 시라하랑도 인연을 끊고 다시 편의점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책은 마무리된다.


편의점 인간이 편의점 밖으로 나올 수 있는 세상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정상의 기준'은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후루쿠라를 이물질 취급하며, 사회에서 밀어내고 있다. 후루쿠라에게 편의점은 '정상의 기준'에서 한참 비껴 나 있는 자신이 정상인이 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다. 정상인들의 사회에서 밀려나서 갈 수 있는 곳이 편의점밖에 없는 것이다. 이 책의 결론에서, 후루쿠라는 매우 행복하다는 듯이 편의점으로 돌아가지만 이는 결코 해피앤딩이라고 할 수 없다. 과연 후루쿠라는 결코 편의점을 탈출할 수 없을까? 이 질문에 대한 지금의 대답은 '그렇다'가 될 수밖에 없다. 아직까지도 사회는 정상인과 비정상인으로 나뉘고 있는 게 부끄럽지만 있는 그대로의 현실이니까. 남들과 다르면 손가락질하고, 뒤에서 수군거리고, 배척하는 게 현실이다. 편의점 밖으로 나갈 엄두가 안 나는 게 지극히 자연스럽다.


후루쿠라가 편의점에서 나와서도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게끔 도와주는, 아니 도와주진 못해도 다시 편의점으로 쫓아내진 않는, 그런 사회가 오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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