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치면 안 됐지만, 지나쳐버린 그런 것들에 대한 따뜻한 산문집
너무나도 바쁘다. 정신없이 울려대는 카톡, 이메일, 전화, 알람... 만날 사람도 많다. 직장 선배, 후배, 동기, 친구 연인... 몸이 2개라도 부족할 때가 종종 있다. 그러면서 우린 종종 지하철을 타거나, 버스를 탈 때 생각하곤 한다.
'혹시 내가 잊은 건 없을까?'
하지만 우린 그 물음에 답을 찾지 못한 채, 일상이란 파도를 온몸으로 맞선다.
흔글 작가가 지은 <내가 소홀했던 것들>이라는 책은 바로 우리의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작가만의 따뜻하고 감성적인 시각을 통해 독자들에게 알려준다. 나 역시도 신조가 '부드러운 글을 쓰자'인데, 이 책은 정말 부드러움의 끝판왕이다. 문장을 읽을 때마다, 부드러운 티라미슈를 먹는 느낌을 연상시킬 정도로.
그렇다면 내가 소홀했던 것들, 내가 잊어버린 것들, 무심코 지나쳐버린 것들은 무엇일까?
바쁜 일상 속에서 우린 소중한 것들을 잊고 산다. 마지막으로 취미 생활을 즐긴 날이 까마득하다. 훌쩍 여행을 떠나버리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다. 남의 눈치 보느라고 우울한 날에도, 입가가 경련이 일어날 정도로 억지웃음을 하루 종일 짓고 있을 때도 있다. 맞다. 우린 정신없는 일상 속에서 '나 자신'을 신경 쓰지 못하고 있다.
따뜻한 위로를 담은 부드러운 책
<내가 소홀했던 것들>은 바로 나 자신을 지나쳐버린, 지나쳐버릴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위로이다.
당신을 굳이 '좋은' 사람으로 포장할 필요도 남들이 옳지 않다고 손가락질하는 게 겁난다고 해서 그들의 '맞춤' 옷이 될 필요도 없어요. 당신은 그 누구의 쓸모가 되기 위해 몸부림치지 않아도 되는 그 자체로 빛나는 사람이고, 누군가에겐 선물이죠.
<내가 소홀했던 것들> pg.79
대부분의 파도는 방파제를 넘지 못한다.
간혹 그 방파제를 넘는 큰 파도가 덮쳐온다 해도
그건 더 큰 방파제를 쌓지 않은 내 탓이 아니라
어떤 방파제라도 넘겼을 아주 큰 파도의 탓일 것이다.
내 탓이 아니라.
<내가 소홀했던 것들> pg. 118
나 역시도 그랬다. 물론 내가 직장 생활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작업을 하기 위해 나 자신을 혹사시키거나 희생시킨 적이 종종 있었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억지로 하면서 스트레스를 굉장히 많이 받은 적도 있었다. 그러다가 실패라도 하게 되면 심하게 자책했다. 그렇게 힘들었으면서도 내 노력이 부족한 거였다며, 나 자신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내가 소홀했던 것들>은 그런 나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실패해도 괜찮아. 열심히 한 너는 잘못 없어.
출근길 지하철에서 읽기 좋은 책
나는 사람들이 이 책을 지하철을 타고 이동할 때 꺼내 읽길 바라는 마음이다. 삭막하고 우울하기만 했던 지하철이, 따뜻하고 부드러운 곳이 될 수 있으니까. 정말 부드럽고, 또 부드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