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속의 콘클라베를 살짝 엿보다
우선 콘클라베가 무엇인지 알아보도록 하자.
콘클라베란 가톨릭의 교황을 선출하는 선거시스템으로 선거권을 가진 추기경단의 선거회를 말한다. 콘클라베는 교황 서거 혹은 사임 후 15일~20일 이내에 추기경들에 의해 진행된다. 추기경들은 임명된 날로부터 새로운 교황의 선거권을 갖게 되나 80세 이상의 추기경들에게는 선거권이 주어지지 않는다. 투표는 오전과 오후에 비밀투표로 각각 진행되며 3분의 2 이상의 득표수가 나올 때까지 계속된다. 모든 투표는 무기명으로 하며 3일째가 되어도 결정이 되지 않을 때는 부제급, 사제급, 주교급 추기경의 순으로 강화가 진행되어 다수의 의견에 따라 3분의 2 이상의 득표 수 대신 최다 득표를 얻은 후보자 두 명의 결선 투표로 진행되기도 한다. 투표가 끝난 뒤에는 투표용지를 태워 나오는 연기로 외부에 결과를 알리게 되는데 검은 연기는 미결, 흰 연기는 새 교황이 선출되었다는 뜻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콘클라베 [conclave] (두산백과)
로버트 해리스가 쓴 <콘클라베>는 제목 그대로 콘클라베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그 내용은 콘클라베에 참여하는 추기경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미묘한 긴장감과 경쟁, 그리고 음모를 다루고 있다. 340 페이지 가량 되는 짧지 않은 소설이지만, 콘클라베라는 단 하나만의 소재를 가지고도 짜임새 있고 탄탄한 스토리라인을 구성하고 있다.
콘클라베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무엇보다도 평소에 궁금증을 갖고 있었던 콘클라베의 과정을 머릿속으로 그려볼 수 있었다. 콘클라베가 시작되면, 바티칸과 외부는 완전히 단절된다. 즉, 콘클라베에서 투표권을 지니고 있는 추기경들을 제외하고는, 콘클라베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볼 수가 없다는 것이다. 연기의 색깔로 교황이 선출되었는지, 선출되지 않았는지만 알 수 있을 뿐이다. <콘클라베>는 작가가 추기경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콘클라베의 과정을 독자에게 생생하게 전달한다. 그리고 그 과정이 얼마나 고된지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었다.
권력 앞에서는 그들도 평범한 '인간'
물론 소설이지만 <콘클라베>는 '인간'에 대해 생각을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콘클라베에 참가하는 추기경들은 그 어떤 신자들보다도 신앙심이 투철할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신앙심이 투철한 사람은 가톨릭 정신, 즉 아가페 사랑을 그 누구보다도 잘 실천할 것이라고 기대해볼 수 있다. 하지만 교황이라는 '권력' 앞에서 추기경들은 그저 평범한 인간에 불과했다. 교황이 되기 위해 정치를 하고, 경쟁자를 곤경에 빠지게 하는 등 추잡한 모습을 보이는 인물들을 보며, 권력이 얼마나 사람을 망칠 수 있는지를 느꼈다.
개혁의 필요성을 간접적으로 역설하다
뿐만 아니라, 가톨릭에 따르면 여성은 절대로 사제가 될 수 없고, 동성애는 인정받을 수 없다. 콘클라베 과정에서 교황 후보로 거론되는 추기경이 혹시라도 이런 금기시되는 사항들에 대해 지지 발언을 한다면, 그에 대한 지지율이 폭락하기 때문에, 개혁이란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다. 결국, 전통을 계속해서 유지해나갈 수밖에 없다. <콘클라베> 말미에 최종적으로 선출되는 교황이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은 이런 개혁의 필요성을 간접적으로나마 역설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콘클라베>는 단순한 가벼운 소설이 아니다. 당신의 종교가 가톨릭인지의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독자로 하여금, 종교 그리고 인간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볼 수 있게 해주는 '무거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