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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쾀 Feb 18. 2018

<직장살이의 기술>

자기계발서를 싫어하는 사람을 위한 자기계발서

직장생활을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 직장생활을 잘할 수 있는 가이드북은 없을까? 무작정 맨땅에 헤딩을 하면서 배워야 할까. 이제 직장 생활을 막 시작하거나, 시작하려는 사람들을 위한 유쾌한 자기계발서 같지 않은 자기계발서, <직장살이의 기술>을 소개한다. 로스 맥커먼의 경험에서부터 우러나오는 진심이 담긴 조언들은 당신의 피가 되고 살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나는 직장인도 아니고, 일개 대학생에 불과하다. 그래서 이 책을 읽기 전까진, '에이 나한테 도움이 되겠어?' 하며 회의적인 생각을 갖고 있기도 했다. 그냥 훗날 직장인이 되었을 때 도움이 될만한 말들을 따로 적어두기나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기 시작하니까 이 책이 비단 직장인들에게만 도움이 되는 책이 아니란 사실을 깨달았다. 이 책은, 표면적으로는 직장살이의 기술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어떤 특정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상대방과 나 자신에게 도움이 될지 조언해주고 있기 때문에 직장인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공감을 할 수 있는 책이다. 대학생도 사회생활은 하니까!


저자의 경험이 생생하게 실려있어서 지루하지 않다.  또한 목차에서 알 수 있듯이, 구체적인 상황에 맞는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직장살이의 기술>의 저자 로스 맥커먼은 <에스콰이어>라는 미국의 유명한 잡지 회사의 에디터이다. 그는 원래 조그마한 기내 잡지 편집장으로 일하다가, <에스콰이어> 채용담당자 눈에 들어서 직장을 옮기게 되었다. <직장살이의 기술>은 그가 직장을 옮기면서 겪은 어려움을 통해 얻은 깨달음이 유쾌하게 기록되어있는 책이다.   


목차를 살펴보면 나름 구미가 당긴다. 추상적인 목차가 아니라, 우리가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 특히 목차를 살펴보면 '악수하는 법', '건배사 하는 법', '업무 관련 파티에서 빠져나오는 법'이 있는데, 이는 사회생활을 이제 막 시작한 사회초년생이라면 누구나 궁금해할 것이라 생각한다. 사회생활을 제대로 시작하지도 않은 나도 궁금한데, 그들은 오죽할까. 


로스 맥커먼의 조언들은 때로는 무릎을 '탁' 칠만큼 획기적이기도 하지만 때론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기도 한다. 아무래도 개인주의적인 미국의 직장 분위기와 유교문화와 집단주의의 한국의 직장 분위기는 다르기 때문에 그의 조언을 100% 체화해서 이행하는 데엔 무리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본질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충분히 뼈에 새겨들을 만하다. 


나 자신을 믿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바로 '나 자신을 믿는 것'이다. 나를 믿어야 내가 하는 말에 자신감이 생기고, 위축되지 않는다. 내가 싫은 것(정말 끔찍하게도 싫어하는 것)에 대해 'NO'라고 말할 수 있게 된다. 만약 나 자신에 대한 신뢰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직장생활, 크게는 사회생활이 힘들어질 것이라고 로스 맥커먼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한다. '내가 이 회사에 들어오게 된 건 순전히 운이 좋아서야', '내 형편없는 실력이 곧 만천하에 공개되겠지'와 같은 자신에 대한 불신은 자신에게 도움은커녕 어려움만 줄 뿐이다. 다소 뻔뻔해 보이더라도, 일단 나 자신을 믿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자신을 신뢰하는 것은 모든 사회생활의 첫 번째 계단이다.  


그 밖에도 <직장살이의 기술>은 저자만의 노하우를 여러 개 전해준다. 가장 기억에 남는 노하우 중에는 바로 '스프레차투라'라는 노하우였다. 스프레차투라라는 말은 '태연하게'라는 말과 같은 뜻이라고 한다. 즉, 자신이 완벽할 수 없다는 점을 알지만, 그 상황에서도 '태연하게' 있는 것이다. 스프레차투라를 실천하기 위해 저자는 일종의 '주문'을 알려준다. 


-누가 천재일까? [거울을 쳐다보며] 바로 저 사람.

-내가 관여하지 않았다면 이 일은 지금보다 더 엉망이 됐을껄!

-나는 제법 재능이 많아

-'제법 재능이 많다'라고 하기엔 난 재능이 좀 더 많은 듯.

-나는 정말 놀라울 정도로 '재능이 많아.'

-나는 나의 자신감을 향해 고개 숙여 절한다(원래 주문이란 것은 '절'을 동반하는 법이다).

-나는 나의 재능에 절한다.

-나는 나의 존엄성에 절한다.

-에라 모르겠다. 그냥 계속 절이나 하련다.

-어! 내가 제일 좋아하는 구두잖아.

-난 내 구두가 정말 좋다.

-내 구두는 내게 자신감을 심어주지.

-그러니 나의 구두에 대고 말한다. 고맙다.

-근데 구두를 좀 닦긴 해야겠네.

-스프레차투라. 


책 중간중간엔 또 유쾌한 삽화들이 많이 실려있다. <직장살이의 기술>이라는 제목만 보면 책이 다소 살벌하고, 무거울 것이라 예측할 수 있지만, 이 책을 막상 펴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저자의 반쯤 취한(?) 듯한 문체와 재밌는 삽화들만 보더라도 그렇다. 



마지막으로 실려 있는 부록에는 예전엔 절대 몰랐던 사회생활의 원칙 60가지가 적혀있다. 진짜 진지한 일종의 '법칙'을 기대하면 실망할 수도 있다. 60가지 센스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한 번쯤은 읽고, 맘에 드는 것 몇 개는 수첩에 기록해 두면 좋을 것 같다. 


사회생활 예습을 한 느낌

직장생활이 막연하게 두려운 사람, 또는 바로 다음 주에 첫 출근을 해야 하는 사람이 읽으면 참 좋을 것 같은 책 <직장살이의 기술>. 물론 전반적인 사회생활에 대해 궁금한 대학생(바로 나)이 읽어도 좋다.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도 있지만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심리적인 안정'인 것 같다. 미리 예습을 해보는 느낌이다. 적어도 이 책을 읽고 난 후에 첫 출근을 한다면 맨땅에 헤딩은 피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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