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조화로운 영화.
준비하던 임용고시도 떨어지고, 남자친구와의 관계도 안 좋아진 혜원(김태리)은 길을 잃는다. 과연 혜원이 가야 할 길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혜원은 잠시 쳇바퀴처럼 돌아가던 일상을 멈추고 고향으로 돌아온다. 자신의 오랜 고향 친구들이었던 재하(류준열)와 은숙(진기주)도 만나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혜원. 과연 혜원의 고향은 혜원에게 어떤 의미일까.
버릴 계절 하나 없는 사계절
<리틀 포레스트>의 구성은 4계절 시간 순이다. 봄이면 봄 때의 농촌의 풍경, 여름이면 여름, 가을이면 가을, 겨울이면 겨울의 모습이 화면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봄과 가을이 거의 없고 여름과 겨울만 긴, 사계절의 구분이 불분명해지고 있는 우리나라지만, <리틀 포레스트>에서만큼은 사계절의 구분이 확실하다. 봄에는 딸기, 여름에는 토마토가 제철이다. 가을에는 밤을 따먹고, 겨울은 곶감이 제일 맛있는 계절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이 사계절 중에 버릴 계절 하나 없다.
하나의 예술 작품 같은 자연의 선물
사계절의 뚜렷한 구분만큼, 혜원의 식탁에 올라가는 음식들 역시 구분이 확실하다. 혜원은 그때그때 시기에 맞는 음식들을 손수 준비해서 혼자, 또는 친구들을 불러서 함께 즐긴다. 시루떡부터 시작해서 막걸리까지, 혜원은 못 만드는 게 없다. 또 플레이팅은 어릴 적 엄마 어깨너머로 배웠는지 기가 막히다. 인공적인 색깔이 아닌, 자연이 만들어낸 색깔이 담긴 그릇과 병은 하나의 예술 작품이다. <리틀 포레스트>의 상당 부분은 아마도 혜원의 '먹방'일 것이다. 하지만 이 먹방은 우리가 흔히 보는 먹방과는 다르다. 혜원은 많이 먹는 것도, 빨리 먹는 것도 아니다. 시간을 충분히 들여서 스스로 만든 음식을 '감사히' 먹는다. 우린 혜원의 먹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진다. 패스트푸드를 먹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 고기반찬을 먹는 것도 아니지만, 혜원의 표정에선 행복함을 읽어낼 수 있다. 이게 바로 자연의 선물이 아닐까.
우리만의 '작은 숲'을 찾자
사실 혜원이 고향에 내려와서 늘 편하게 있던 것만은 아니다. 임용고시에서 떨어지고, '도망'치듯이 온 고향이었기 때문에 오래 머물 생각도 처음엔 없었다. 잠시 머물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생각해보려 했다. 하지만 그녀를 바꾼 건 그녀의 친구들이었다. 그녀의 고향 친구 재하는 본래 도시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서 농사를 짓는 친구이다. 젊은 나이에 여자친구와 헤어지면서까지 귀농을 한 재하는 자신의 일에 대한 프라이드와 확신이 있었다. 그는 정말로 농사를 지으면서 행복해하고, 만족해했다. 그런 재하를 보며 혜원은 야채를 재배하고, 농사를 짓는 자신의 고향이 단순히 일상으로부터 도피처가 아닌, 진정으로 혜원 스스로가 편하게 숨 쉴 수 있는 '작은 숲'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녀는 도망 온 것이 아니라, '돌아온 것'이다. 혜원은 어릴 적 어머니가 해주던 음식들을 따라 만들어보고, 친구들과 옛 추억들을 떠올리면서 일상에 묻혀 보이지 않았던 작은 숲을 찾는다.
<리틀 포레스트>는 우리에게 따뜻하면서도 진지한 메시지를 전한다. 남들이 다 사는 대로 살지 않아도 괜찮다. 가끔은 작은 숲에서 쉬어가자. 당신의 작은 숲 안에서 당신이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러니까 남들 꽁무니를 쫒는 게 먼저가 아니라, 내 마음속에 있는, 내가 쉴 수 있는 작은 숲을 찾는 게 먼저일 것이다. 삭막한 인생에서 숨 돌릴 곳이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모든 것이 조화로운 영화 <리틀 포레스트>
<리틀 포레스트>의 러닝타임은 103분이다. 영화를 보기 전까진, 103분 안에 사계절을 모두 담는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무리 아닐까라는 우려를 갖고 있었다. 실제로 일본의 <리틀 포레스트>는 여름과 가을, 봄과 겨울, 총 2편으로 나누어져 있다(그렇다, 일본판이 또 있다). 그러나 우려와는 달리 <리틀 포레스트>는 사계절을 매우 부드럽게 잘 연결시켜서 영화 안에 담아냈다. 그리고 그 사계절의 조화만큼 혜원, 재하, 은숙의 조화 역시 환상적이었다. 모든 것이 조화로운 영화 <리틀 포레스트>.
이제 2월도 막바지고, 3월, 봄이 돌아오고 있다. 날씨도 따뜻해져 가는데, 우리 모두 우리만의 작은 숲을 찾아 떠나보는 건 어떨까.
사진출처: 다음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