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발행을 하는 것이다.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의 새로운 명작이 탄생했다. 이번에 개봉한 <더 포스트>는 미국의 베트남전 개입 관련 기밀문서 '펜타곤 페이퍼'를 보도하려는 워싱턴 포스트 기자들의 고군분투를 담은 영화이다. <더 포스트>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는 점, 세계 정상급의 연기력을 갖고 있는 메릴 스트립과 톰 행크스가 주연이라는 점, 그리고 필자가 관심이 있는 언론 관련 영화라는 점에서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영화였다.
트루먼, 아이젠하워, 케네디, 존슨, 이 4명의 대통령이 비밀로 간직하고 있던 베트남 전쟁에 대한 진실이 뉴욕 타임즈를 통해 처음으로 밝혀지자, 정부는 뉴욕 타임즈의 보도를 금지시킨다. 뉴욕 타임즈의 손이 묶인 상황에서 워싱턴 포스트는 선택을 해야 했다. 뉴욕 타임즈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펜타곤 페이퍼'를 보도하지 않든지, 아니면 언론의 임무를 다하기 위해 보도를 할 것인지.
언론은 통치자를 섬기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섬겨야 한다
워싱턴 포스트의 발행인 캐서린(메릴 스트립)은 기사를 내면, 자신의 회사에 엄청난 불이익이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갈등하고 있는 캐서린 옆에서 워싱턴 포스트의 편집장 벤(톰 행크스)은 자유로운 언론의 중요성을 끊임없이 강조한다. 언론은 통치자를 섬기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섬겨야 하며 발행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발행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벤의 말을 듣고 캐서린은 펜타곤 페이퍼를 보도하기로 한다. 자신의 모든 것인 회사의 위험을 무릅쓰고, 언론의 임무를 다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워싱턴 포스트가 보도를 하자, 다른 신문사들도 일제히 펜타곤 페이퍼를 보도하며 워싱턴 포스트를 지지해준다. 당연히, 뉴욕 타임즈와 워싱턴 포스트는 법적인 처벌을 전혀 받지 않았고, '펜타곤 페이퍼' 보도를 통해 위상이 더욱 높아진다.
40년이 지난 일이지만 아직도 공감을 준다
사실 <더 포스트>를 보면서 우리나라에서 작년에 개봉했던 <공범자들>이 떠올랐다. 국가 권력과 언론 사이의 갈등. 그리고 그 갈등 안에서 언론인의 소신을 지키고 싶은 사람들의 투쟁. 많은 부분이 <공범자들>과 닮아 있었다. 펜타곤 페이퍼 사건은 무려 40년이 지난 일이지만 지금도 공감이 된다. 아직 우리나라의 언론은 국가 권력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취했다는 이유로 프로그램이 폐지되기도 하고, 몇몇 언론인들은 부당하게 해고당하기까지 했다.
언론의 목적은 국가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데 있다. 정부와 친해질 수 없는 사이가 바로 언론이다. 정부와 친한 언론은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막강한 국가 권력 앞에서 언론이 그 목적을 온전히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그 쉽지 않은 일을 해내기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고군분투하고 있는 언론인이 존재한다. 워싱턴 포스트의 소신 있는 기자들이 아니었다면, 처음 펜타곤 페이퍼를 보도한 뉴욕 타임즈는 법적 처벌을 받고, 펜타곤 페이퍼는 없던 일이 되어버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언론인의 임무를 다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덤비는 기자들 덕분에, 아직 언론이 죽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언론이 존재하는 이유, 그리고 필요한 이유
언론인으로서의 사명감을 갖고 있는 소수의 기자들이 바로 불꽃이다. 이 불꽃이 살아있는 한, 언제든지 불은 타오를 수 있다. 언론이 존재하는 이유, 그리고 필요한 이유를 보여준 영화 <더 포스트>는 또 하나의 스티븐 스필버그의 명작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