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의 모양 무언지 알 수가 없네. 내 곁엔 온통 그대뿐.
아카데미 시상식 13개 부문 후보작으로 오른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은 몽환적이고 부드러운 영화이다. 우리가 익숙한 평범한 로맨스 영화와도 다르다. 바로 인간과 괴생명체 간의 사랑 이야기니까.
몽환적이고 부드러운 영화
항공우주연구센터에서 청소부로 근무하는 엘라이자(셀리 호킨스)는 수조에 갇힌 채 비밀 연구소로 잡혀온 괴생명체를 운명처럼 발견한다. 그저 징그럽고 잔인한 생명체가 아니라, 인간과 소통을 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알아낸 엘라이자는 괴생명체와 다양한 방법으로 소통을 하기 시작한다. 같이 점심을 먹기도 하고, 음악을 들으며 춤을 추기도 한다. 엘라이자는 괴생명체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괴생명체가 해부당할 위기에 처해졌다는 사실을 알아챈 엘라이자는 자신의 이웃집 화가 자일스(리처드 젠킨스)와 동료 젤다(옥타비아 스펜서)의 도움을 받아 그를 탈출시킬 계획을 짠다.
엘라이자가 괴생명체와 사랑에 빠질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괴생명체가 엘라이자를 완전한 사람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엘라이자는 평범한 사람들과는 달리 언어 장애가 있어서 말을 하지 못한다. 말을 할 수 없다는 점은 일반 사람들에겐 하나의 '결핍'으로 인식되는 점이 어찌 보면 당연하다. 일반적인 사람들은 다들 말을 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괴생명체는 일반적인 사람이 아니다. 심지어 그도 말을 하지 못한다(인간이 아니다). 말을 하지 못하는 둘은 오로지 눈빛과 행동을 통해서 소통한다. 사랑한다는 무미건조한 말 100마디 보다, 애정이 듬뿍 담긴 눈빛, 몸짓 한 번이 더 강력하다.
점차 커져가는 사랑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에서 엘라이자와 괴생명체 간의 사랑은 '물'로 비유된다. 화장실을 물로 가득 채우는 장면이 있다. 그녀와 생명체 사이를 빈틈없이 가득 채우고 있는 물은 마치 그들의 사랑과도 같다. 영화 말미에 비가 쏟아지는 장면은 괴생명체와 그녀의 사랑이 수조에서 화장실, 그리고 마침내 세상으로 점차 그 크기가 커져갔음을 나타낸다.
물은 어디에 담느냐에 따라 모양이 변한다. 물의 모양이 정확히 어떤 건진 모르겠지만, 우리 주변에 늘 존재한다. 사랑도 마찬가지이다. 사랑의 모양은 정해져 있지 않지만 항상 우리 곁에 존재한다.
사랑의 형태는 늘 똑같지 않다. 수조에 담겼던 그 사랑은, 세상에 담겼을 땐 비가 되어 내린다.
"그대의 모양 무언지 알 수가 없네. 내 곁엔 온통 그대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