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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쾀 Mar 23. 2018

<그러니까 오늘의 나로 충분합니다>

어른 아닌 걸 들킬까 불안해하는 어른들에게

와, 벌써 24살이야? 


누군가는 분명 이런 생각을 하며 한숨을 쉬고 있는 내게 '고작 24살 가지고 오버하긴'이라고 핀잔을 줄 것이다(이 글을 읽는 당신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당신도 24살 때, 25살 때 나와 똑같은 생각을 했으면서! 

20살 때 진짜 나이 많아 보였던 그 24살이 바로 나라니. 

대학교 새내기 땐 두 학번 위 선배들은 하늘 같아 보였다. 그래 봤자 2살 더 먹은 것뿐인데, 뭘 그렇게 어려워했는지. 지금은 새내기보다 4살 더 많으니까 하늘, 그 이상이 되어버린 거 아닌가. 내 마음은 새내기 때랑, 아니 고등학교 때랑 별 차이가 없는데 난 어느새 24살이 되어버렸다. 이 사실을 남들에게 들킬까 봐 늘 조마조마하다. 


그렇게 '어른인 척'하면서 늘 조마조마하게 살던 내게 <그러니까 오늘의 나로 충분합니다>가 찾아왔다. 하얀색 표지에 초록색 글자. 그리고 귀여운 일러스트까지. 책을 열기도 전에 난 이미 힐링하고 있었다.  


그림 에세이를 읽은 건 처음이었다. 여행 에세이는 자주 읽어보았지만... 사실 요즘 에세이를 읽을 기회가 많지 않았다(X 같은 과제들). 이런 메말라버린 내 일상은 백두리 작가의 <그러니까 오늘의 나로 충분합니다> 덕분에 조금이나마 촉촉해졌다. 

  


고등학교 땐 부모님이 가르쳐준 방향을 따라 무작정 걸었다. 그 방향이 옳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4살이 된 지금, 그 누구도 내게 간섭하지 않는다. 내가 자고 싶을 때 자고, 공부하고 싶을 때 하고, 놀고 싶을 때 논다. 하지만 자유로움 이면엔 불안함이 있었다. 어떻게 사는 것이 정답일까. 매일매일 전공 공부 예습, 복습 철저히 하는 것이 정답일까. 아니면 좋은 사람들과 만나서 노는 것이 정답일까. 고등학교 시절 땐, '수능 공부'라는 정해진 답이 있었다. 하지만 24살 먹은 내게 정해진 정답은 없다. 하지만 정답이 없는 걸 알면서도 정답을 찾고 싶어서 난 항상 전전긍긍했다. 

그런 내게 <그러니까 오늘의 나로 충분합니다>의 백두리 작가는 같은 불완전한 어른의 입장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힘내', '아프니까 청춘이야'와 같은 뻔한 위로를 던지는 책이 아니다. 저자는 그녀의 자신, 언니, 어머니 등 그녀를 둘러싼 다양한 관계 안에서 느낀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한다. 그녀의 메시지가 솔직한만큼, 나는 공감할 수 있었다. 


어른은 '짜잔' 하고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린 모두 어른이 되려고 노력한다. 각자 갖고 있는 어른의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 눈물이 나오는 것을 삼켜보기도 하고, 치밀어 오르는 화를 억지로 눌러보기도 한다. 그러다가 '현타'가 와서 다 때려치우고 싶어 지기도 하지만... 하지만 우린 알고 있다. 어른이 되려고 노력하는 그 순간순간 자체로 의미 있다는 것을. 어른이 된다고 꼭 동심을 잃는 것도 아니고. 좋아하던 것들을 못하게 되는 것도 아니다. 그냥 자주 참게 되는 것뿐.


인생에 정답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을 진심으로 깨닫는 것. 정답이 안 보인다고 손톱 물어뜯어가면서 전전긍긍하지 않는 것. 넘어져도 아픈 걸 참고 빨리 일어날 수 있게 되는 것. 


그게 바로 어른이 되는 것 아닐까.  


<그러니까 오늘의 나로 충분합니다>로 충전한 에너지로 오늘도 힘을 내 본다. 

에라 모르겠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게 최고지. 


그러니까 오늘의 나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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