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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쾀 Jun 10. 2018

<관계의 물리학>

우리 모두는 무언가의 틈새에, 누군가와의 사이에 존재한다.


<관계의 물리학>은 내가 그토록 좋아하는 '부드러운 글'로 가득 차 있다. 어떻게 자신의 생각을 이렇게 예쁘게 글로 쓸 수 있는지.  스승으로 모시고 싶을 정도이다. 문장 하나하나 정성을 담아 썼다는 게 느껴진다. 어쩌면 문장이 이렇게 예쁘게 느껴지는 이유는 작가의 생각이 예뻐서 그런 거 아닐까? 모르겠다. 이 책은 표지부터, 문체부터 내용까지 모두 예쁘다. 

내가 아는 모든 동사는 관계성을 품고 있다.
자동사는 주어의 몸짓이고, 타동사는 목적어를 향한 열망이다.
"나는 당신을 사랑한다." 이때 사랑은 나의 몸짓이고 당신을 향한 절박한 열망이다.
 피동사는 타인의 의지에 맡겨진 삶이고, 사동사는 애쓰는 나의 삶이다.
 "나는 꿈속에서도 그 사람에게 쫓기고, 나는 꿈속에서도 그 사람을 웃긴다."  
                                                                                                                        


거리를 품고 있는 존재들이 서로 사이를 가질 때 우리는 우주가 된다. 


아무래도 나는
태양과 지구 사이에 작동하는 강렬한 힘을 말할 때보다
모래와 모래 사이 미세한 공극을 말할 때의 사이가 좋다.
스웨터가 따뜻한 이유도
털실의 보푸라기들이 틈 사이사이에서
온기를 붙들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우주로 표현한 작가의 상상력에 놀랐다. 물리학 공부도 좀 하지 않았을까 싶다. 사람 사이의 관계를 이렇게 신비하고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다니. 책 한 권을 읽었을 뿐인데, 마음이 따뜻해지는 게 느껴졌다. 시험공부, 공모전 준비로 마음이 축축하게 젖다 못해 곰팡이가 피기 직전이었는데, <관계의 물리학>은 내 마음에 볕을 내려주었다. 또 축축해졌을 때 슬쩍 꺼내 읽어보게 되지 않을까. 


지금까지 꽤 많은 에세이들을 읽어보았는데, 이번만큼 저자에게 고마움을 느낀 건 처음이다. 독자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창작의 고통을 느꼈을까. 

림태주 시인도 <관계의 물리학>을 쓰다가 축축해진 마음을 어떻게든 따뜻하게 말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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