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가 인류에게 던지는 귀엽지만 살벌한 메시지
필리핀에서 불법 수출 쓰레기가 우리나라로 돌아온다고 한다. 다수의 개발 도상국들은 선진국들의 재활용 쓰레기를 수입해서 재활용한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필리핀에게 넘긴 쓰레기엔 재활용이 불가능한 것들이 섞여있었기에 다시 돌아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비단 우리나라와 필리핀 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제적인 문제이다. 태평양 한가운데에 떠 있는 쓰레기 섬도 비슷한 이유로 생겼다. 개발도상국이 쓰레기들이 선진국으로부터 받았지만 막상 받아보니 처리할 수가 없는 것이다.
아마 이러한 문제가 몇 백 년간 지속되면 바로 월-E가 살고 있는 지구가 되지 않을까. 푸른 하늘은커녕 항상 모래바람이 불고 있고, 언제 버려졌는지도 모르는 쓰레기로 뒤덮인 세상. 월-E는 오염 때문에 버려진 지구를 청소하고 있는 인공지능 로봇이다. 같은 기종 로봇들은 다 망가졌는지, 아니면 지구 반대편에서 똑같이 청소를 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찾아볼 순 없다. 그 넓은 쓰레기 더미에서 청소를 하고 있는 건 월-E 혼자다. 정작 지구를 더럽힌 인간은 커다란 우주선을 타고 무책임하게 지구를 떠났다. 지구가 청소되어 생명체가 살 수 있는 공간이 되면 돌아온다는 매뉴얼 아래, 무려 700년이 지났다. 월-E는 700년 동안 인간 대신 청소를 해왔겠지.
<월-E>가 단순히 사람들이 기억하는 로봇과의 로맨스 영화가 아닌 이유는 현재 인간이 미래에 대해 우려하는 부분을 정확히 짚어냈고, 특유의 디즈니 상상력으로 이를 유쾌하게 풀어냈기 때문이다. 환경문제와 더불어 급속도로 발전하는 기술에 대한 걱정도 담았다. 알파고 쇼크를 시작으로 인공지능은 미래의 기술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간단한 인공지능 시스템은 우리 일상 속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앞으로 인공지능은 우리에게 무한한 편리함을 제공하겠지만, 그만큼 치명적인 부작용을 가져올 수도 있다. 세상 이치가 다 그렇듯 항상 좋기만 할 순 없지.
<월-E>는 미래에 발생할지도 모를 그 부작용을 유쾌하면서 정확하게 풀어냈다. 로봇들이 모든 일들을 다 해주는 우주선 안에서 인간들의 모습 역시 변화했다. 우주선 안 인간은 태어나서부터 의자 위에서 생활한다. 가고 싶은 곳에 자동으로 데려다주는 의자 위에서 말이다. 운동량이 떨어지니 당연히 인간의 관절은 약해지고 살이 쪘다. 사람들끼리 면대 면으로 만나지도 않는다. 바로 옆에 있어도 영상통화를 한다. 지금도 길을 걷다 보면 스마트폰에 몰두된 사람들이 넘친다.
로봇들이 인간보다도 더 '인간적'인 영화
그러다가 운이 좋게 지구에 생명체가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월-E가 발견한 식물 덕분에) 인간은 지구로 돌아온다. 지구가 어려울 땐 버리고, 좀 상태가 나아지니 다시 돌아오는 인간은 끝까지 이기적이다. 처음에는 새롭게 지구에서 시작을 하겠다는 마음이겠지만 시간이 흐르면 인간들은 같은 실수를 반복할 것이다. 오히려 이 영화에서는 로봇들이 더 ‘인간적’이다. 어쩌면 인간보다도 나을지도 모르겠다.
귀여운 로봇들이 등장하는 <월-E>는 귀엽지만 다소 무거운 경고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발전하는 기술이 장밋빛 미래를 가져올지, 아니면 옆구리에 지방이 가득하고 모래 바람이 부는 미래를 가져올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