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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쾀 Mar 20. 2019

<악질경찰>은 시끄럽다

하지만 그 소리는 잊혀 가던 것을 기억하게 한다.

*스포 없습니다


처음 <악질경찰> 포스터를 봤을 때, 심지어 그 주인공이 이선균일 땐 속으로 '또?' 이 생각을 했다. 이쯤 되면 이선균 명예 경찰 시켜줘야 하는 거 아닐까. 물론 나쁜 경찰 역이기 때문에 그건 힘들긴 하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악질경찰>을 보러 영화관에 들어갈 때 계속 생각하고 있던 점은 바로 <끝까지 간다>랑 어떻게 차별화를 둘 수 있을 것인가였다. <악질경찰>의 감독 이정범은 <아저씨>의 감독이다. 다 때려 부수는 악질 경찰, 이선균이 떠오를 때 영화는 시작했고, 동시에 내 기도도 시작됐다. 제발 상상이 현실이 되질 않길 간절히 기도하며.  


<악질경찰>은 팔이 부러져 깁스를 하고 있는 험악한 표정의 이선균이 담긴 포스터가 무색하게 액션에 큰 비중을 둔 영화가 아닌, 범죄 드라마 장르다. 대기업 회장의 범죄 수사 기록을 저장해둔 창고에 큰 불이 나서 수사 기록들이 모두 사라진다. 불을 낸 범인을 찾을 유일한 증거물인 동영상 파일을 얻기 위한 치열한 눈치 싸움과 거래가 <악질경찰>의 주 시나리오를 이룬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악질경찰> 의 조필호(이선균)가 시나리오가 진행됨에 따라 감정이 변해간다는 것이다. ATM을 터는 것은 기본이요 돈 받고 용의자를 풀어주는 건 식은 죽 먹기인 악질 중의 악질 조필호는 영화 제목이 무색하게 점점 변해간다.  


우리가 체험한 짧은 순간이 누군가에겐 인생이다

악질 경찰도 가슴속에 남아있던 일말의 양심을 일깨워줄 만큼 냉혹한 현실 앞에서 조필호는 스스로 본인답지 않은 행동들을 하기 시작한다. 남을 위해서라면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았을 조필호는 자발적으로 돕기 시작한다. 물론 자신의 결백을 밝힐 동영상 파일을 얻기 위한 조력이었을 수 있겠지만 그가 도울 땐 그의 눈빛에서, 찡그린 미간 사이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어쩌면 현실이 너무 참혹해서 그의 '악질'이 비교적 선 해 보였을 수도 있겠다. 관객들은 영화를 보는 그 짧은 순간 그 현실을 간접적으로 체험한 것이겠지만, 지금 이 순간 누군가는 그 현실을 매일 살아가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가슴이 섬뜩해진다. 


다양한 생각을 하게 만들어 주는 영화

누군가는 <악질경찰>을 보고 너무 많은 걸 욱여넣어 시끄럽다 비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난 <악질경찰>이 그만큼 다양한 생각을 해볼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부패한 경찰의 권력 남용 문제부터 시작해서 제대로 된 가정환경이 뒷받침되지 않아 방황하는 청소년들의 벗어날 수 없는 늪까지. <악질경찰>의 진짜 제목은 사실 '악질사회'일 수도 있겠다. <악질경찰>이 이런 사회를 바꿀 수 있는 특별한 해법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악질경찰>의 다소 투박한 외침을 적어도 영화를 본 관객들만이라도 기억할 수 있다면, 이 사회는 조금씩 바뀔 수 있지 않을까.


<악질경찰>이 호불호가 갈릴 영화라는 건 확실하다. 다만 이 영화는 큰 외침이고, 그 소리는 우리를 기억하게 한다. 그리고 우린 기억해야만 한다.


 위 포스팅은 워너브러더스코리아㈜로부터 금전적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으며,
  내용은 주관적인 평가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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