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기묘한 이야기>
넷플릭스 보는 거 있냐고 물어보면 십중팔구는 <기묘한 이야기>를 대답한다(아님 말고). 유플러스 광고를 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세상이 뒤집히고 황폐화된 도시에서 검은색 괴물이 군림하고 있는 모습. 바로 그게 <기묘한 이야기>의 한 장면이다. 남들 다 보는 걸 혼자 안 볼 순 없다. 사실 아이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작품들을 썩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꼭 속 터지게 하는 인물이 있다. aka 훈이) <기묘한 이야기>는 다르겠다 싶었다.
<기묘한 이야기>의 원 제목은 Stranger Things, 뭐 번역하면 '매우 이상한 알 수 없는 것들' 정도 되겠다.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는 한글 제목이 좀 구렸지만 <기묘한 이야기>는 오히려 원제보다 낫다. 미스터리한 느낌이 산다고 할까. 작품의 배경은 1980년 대의 미국이다. 그래서 시리즈를 보다 보면 <응답하라 시리즈>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장치들을 발견할 수 있다. 향수 자극 콘텐츠들. 물론 난 80년대에 미국에 있기는커녕 태어나지도 않았기 때문에 크게 공감은 할 수 없었다. 그게 <기묘한 이야기>를 보면서 가장 아쉬웠던 점이었다.
배경은 공감을 할 수 없지만, 스토리는 참 매력적이었다. 과학 실험과 스타워즈에 환장하는 4명의 너드(Nerd)가 체험하는 그야말로 '기묘한' 모험이 스토리의 핵심이다. 초능력자가 등장하기도 하고, 평행세계가 등장하기도 한다. 현실성 혹은 개연성을 원한다면 잘못 찾아왔다. 이 시리즈의 기묘한 장치들은 개연성이 없기 때문에 더 멋지고, 풍부해질 수 있었던 것이다.
<기묘한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참 매력적이다. 창의적인 방식으로 시청자를 화나게 하는 인물이 다음 화에는 코난이 되어서 사건을 해결하기도 하고, 애착이 생긴 인물이 다음화에는 그냥 분노유발자가 되어버리기도 한다. 한 마디로 입체적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성장기 아이들이라 그런지 시즌이 지날수록 금방 큰다. 스타워즈와 판타지밖에 몰랐던 아이가 점점 이성에 눈을 뜨고 친구들과 멀어져 가는 모습은 <기묘한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무수히 다양한 색깔 중 하나다.
기묘한 이야기, 기묘한 아이들
<기묘한 이야기>가 단순히 꼬마 아이들의 모험을 그린 시리즈라면 이토록 시즌 3까지 성공할 순 없었을 것이다. 이 시리즈의 핵심은 아이들의 상상으로 시작된 것들이 점점 현실에 가까워지고 그들을 비웃고, 믿지 않았던 어른들까지도 집어삼킨다는 점이다. 그리고 어른들은 자신의 오만한 시선을 포기하고 아이들의 시선을 수용함으로써 문제를 아이들과 함께 해결해나간다. 이 업계에서는 아이들이 전문가이기 때문에 어른들은 자신의 자존심을 집어던지고 아이들의 조언을 들어야만 한다. 예를 들면 데모 고르곤(시리즈의 보스 같은 존재)의 숙주를 죽이면 현실 세계와의 연결을 끊을 수 있다라든지. 이 방법이 정말 효과가 있을진 모른다(살면서 데모 고르곤을 본적도 없다!). 어른들의 상식으로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이다. 하지만 아이들의 상상력 속에서는 충분히 가능하다.
<기묘한 이야기>는 팍팍한 삶을 살아가는 '어른'들에게 잠시라도 상상력 풍부한 아이들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준다. 때로는 그런 눈을 가지고 우리가 현실 속에서 맞닥뜨리고 있는 문제를 바라보는 순간이 존재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이미 순수한 눈을 상실해버린 현대인들에겐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까 명절 때 어린 조카가 있다면 대화를 한 번 해보자. 이 아이들은 어떤 세계에 살고 있는지. 만약 조카랑 대화를 하기 싫다면 집에 하나쯤은 있을 사진 앨범을 뒤적거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우리 모두 한 때는 많은 상상을 하면서 살았으니까.
기묘한 상상력이 넘쳐나던 시절이 그립다
참고로 기묘한 이야기는 시각적인 영상미가 완벽하다. 물론 로고는 살짝 루카스 필름 짝퉁 느낌이 들긴 하지만, 괴물의 모습과 긴장감을 조성하는 조명과 카메라 앵글까지. 나 같은 호러 베이비들도 살짝 떨면서 볼 수 있을 정도로 장면 하나하나를 잘 구성해놓았다. 만약 본인이 콘텐츠 제작 직종에 종사하고 있다, 특히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싶으면 <기묘한 이야기>를 통해 많은 영감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는 판단이다.
Imagination without limitation. 한계 없는 상상력
딱 이 작품을 두고 할 수 있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