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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쾀 Sep 17. 2019

상상력에 한계가 없다면

넷플릭스 오리지널 <기묘한 이야기>

넷플릭스 보는 거 있냐고 물어보면 십중팔구는 <기묘한 이야기>를 대답한다(아님 말고). 유플러스 광고를 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세상이 뒤집히고 황폐화된 도시에서 검은색 괴물이 군림하고 있는 모습. 바로 그게 <기묘한 이야기>의 한 장면이다. 남들 다 보는 걸 혼자 안 볼 순 없다. 사실 아이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작품들을 썩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꼭 속 터지게 하는 인물이 있다. aka 훈이) <기묘한 이야기>는 다르겠다 싶었다. 

이질감이 전혀 없다;;  그 시대 감성을 제대로 담아버림

<기묘한 이야기>의 원 제목은 Stranger Things, 뭐 번역하면 '매우 이상한 알 수 없는 것들' 정도 되겠다.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는 한글 제목이 좀 구렸지만 <기묘한 이야기>는 오히려 원제보다 낫다. 미스터리한 느낌이 산다고 할까. 작품의 배경은 1980년 대의 미국이다. 그래서 시리즈를 보다 보면 <응답하라 시리즈>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장치들을 발견할 수 있다. 향수 자극 콘텐츠들. 물론 난 80년대에 미국에 있기는커녕 태어나지도 않았기 때문에 크게 공감은 할 수 없었다. 그게 <기묘한 이야기>를 보면서 가장 아쉬웠던 점이었다. 

핼러윈 때 아이들이 <고스트 버스터즈> 코스프레를 한 것. 물론 난 모른다

배경은 공감을 할 수 없지만, 스토리는 참 매력적이었다. 과학 실험과 스타워즈에 환장하는 4명의 너드(Nerd)가 체험하는 그야말로 '기묘한' 모험이 스토리의 핵심이다. 초능력자가 등장하기도 하고, 평행세계가 등장하기도 한다. 현실성 혹은 개연성을 원한다면 잘못 찾아왔다. 이 시리즈의 기묘한 장치들은 개연성이 없기 때문에 더 멋지고, 풍부해질 수 있었던 것이다.  

시리즈 내에서 초능력을 쓸 수 있는 일레븐. 그녀가 어떻게 초능력을 얻었는지에 대한 설명은 필요 없다

<기묘한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참 매력적이다. 창의적인 방식으로 시청자를 화나게 하는 인물이 다음 화에는 코난이 되어서 사건을 해결하기도 하고, 애착이 생긴 인물이 다음화에는 그냥 분노유발자가 되어버리기도 한다. 한 마디로 입체적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성장기 아이들이라 그런지 시즌이 지날수록 금방 큰다. 스타워즈와 판타지밖에 몰랐던 아이가 점점 이성에 눈을 뜨고 친구들과 멀어져 가는 모습은 <기묘한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무수히 다양한 색깔 중 하나다. 


기묘한 이야기, 기묘한 아이들

내 주먹을 들었다 놓았다 한 4인방 중 한 명 더스틴. 웃을 때 제일 얄밉다

<기묘한 이야기>가 단순히 꼬마 아이들의 모험을 그린 시리즈라면 이토록 시즌 3까지 성공할 순 없었을 것이다. 이 시리즈의 핵심은 아이들의 상상으로 시작된 것들이 점점 현실에 가까워지고 그들을 비웃고, 믿지 않았던 어른들까지도 집어삼킨다는 점이다. 그리고 어른들은 자신의 오만한 시선을 포기하고 아이들의 시선을 수용함으로써 문제를 아이들과 함께 해결해나간다. 이 업계에서는 아이들이 전문가이기 때문에 어른들은 자신의 자존심을 집어던지고 아이들의 조언을 들어야만 한다. 예를 들면 데모 고르곤(시리즈의 보스 같은 존재)의 숙주를 죽이면 현실 세계와의 연결을 끊을 수 있다라든지. 이 방법이 정말 효과가 있을진 모른다(살면서 데모 고르곤을 본적도 없다!). 어른들의 상식으로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이다. 하지만 아이들의 상상력 속에서는 충분히 가능하다. 

작품 내에서 등장하는 대표적인 괴물 중 하나. 좀 역하다

<기묘한 이야기>는 팍팍한 삶을 살아가는 '어른'들에게 잠시라도 상상력 풍부한 아이들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준다. 때로는 그런 눈을 가지고 우리가 현실 속에서 맞닥뜨리고 있는 문제를 바라보는 순간이 존재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이미 순수한 눈을 상실해버린 현대인들에겐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까 명절 때 어린 조카가 있다면 대화를 한 번 해보자. 이 아이들은 어떤 세계에 살고 있는지. 만약 조카랑 대화를 하기 싫다면 집에 하나쯤은 있을 사진 앨범을 뒤적거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우리 모두 한 때는 많은 상상을 하면서 살았으니까. 


기묘한 상상력이 넘쳐나던 시절이 그립다

꿀잼 콤비. 놀랍게도 꼬마 아이가 브레인이다. 


참고로 기묘한 이야기는 시각적인 영상미가 완벽하다. 물론 로고는 살짝 루카스 필름 짝퉁 느낌이 들긴 하지만, 괴물의 모습과 긴장감을 조성하는 조명과 카메라 앵글까지. 나 같은 호러 베이비들도 살짝 떨면서 볼 수 있을 정도로 장면 하나하나를 잘 구성해놓았다. 만약 본인이 콘텐츠 제작 직종에 종사하고 있다, 특히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싶으면 <기묘한 이야기>를 통해 많은 영감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는 판단이다. 


Imagination without limitation. 한계 없는 상상력 

딱 이 작품을 두고 할 수 있는 말이다. 

비슷하지 않나? 아님 말고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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