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
이제 시즌 3을 다 봤다. 시즌 7까지 다 보고 글을 쓴다면 며칠 밤을 더 새워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아서 일단 여기까지 보고 글을 쓴다.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은 사실 설정 자체가 너무나도 독창적이라서 성공할 수밖에 없는 시리즈다. 여성 감옥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니. 남성 감옥에서 벌어지는 사건 사고를 다룬 콘텐츠는 사실 무궁무진하다. 대표적으로는 <프리즌 브레이크>가 있고, 영화로는 <쇼생크 탈출> 등등. 하여튼 남자들끼리 감옥에서 치고받고 하는 일은 지겹도록 봐왔다. 그렇다면 여성 감옥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여성 감옥이라는 설정 자체만으로도 흥미롭다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은 파이퍼 채프먼이라는 백인 여성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시즌 1에서는 이 인물이 중심이 되어 스토리가 계속 이어지는데, 솔직히 보는 종종 군대 시절이 떠올랐다. 감옥에서 남자 친구한테 전화를 해야 한다고 떼를 쓰질 않나, 밥이 맛이 없다고 사람들에게 징징대질 않나. 마치 병장 시절 때 눈치 없기로 유명했던 폐급 후임 최일병이 계속 생각났다(꼰대 같았으면 죄송). 하지만 시즌이 지날수록 시리즈의 주인공의 개념이 사라진다. 감옥에 있는 모든 재소자들이 주인공이다. 그들은 각각 감옥에 들어오게 된 계기를 갖고 있고 시리즈는 그들 모두의 사연에 하나 씩 초점을 맞추어서 에피소드마다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더 좋은 점은 재소자들의 스토리뿐만 아니라 교도관의 이야기도 보여준다는 점이다. 에피소드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색은 연한 갈색(죄수복)이 지만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엔 그 이상의 많은 색깔이 담겨있다.
또 하나의 재밌는 요소는 여성 재소자들끼리의 정치질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어제의 친구가 내일 적이 될 수도 있고, 어제의 대장이 내일 부하가 될 수도 있다. 물론 이미 인종으로 편이 거의 갈려있긴 하지만 인종 안에서도 또 내분이 있기도 하니 그거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동양인은 크흠.. 시즌 3까지 등장하는 동양인이 두 명인데(한 명은 혼혈이다) 그냥 쩌리다. 한 명은 너무 말이 없고, 다른 한 명은 너무 말이 많아서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다. 이후 시즌에는 동양인이 더 나올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여성 감옥이니까 다들 기대하다시피(?) 동성애 관련 이슈도 등장한다. 감옥 여자 친구를 만드는 재소자들도 있고, 샤워실에서 추행을 서슴지 않는 재소자도 존재한다. 물론 시즌 1 때는 시청자들을 모아야 하니 자극적인 장면들이 꽤나 등장하지만, 이후엔 가끔 등장한다. 사실 그런 관계를 맺는 장면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성소수자에 대한 이야기가 꽤 등장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시리즈의 꽤 많은 에피소드들에선 재소자들이 사회에 있었을 당시 동성애자였기 때문에 당했던 서러움, 그리고 그들의 분노가 다루어지기도 한다. 물론 그들의 분노가 범죄를 정당화하지 않지만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은 그만큼 아직까진 이 사회가 성소수자에겐 가혹한 환경이라는 점을 상기시켜준다.
LGBT, 페미니즘에 대한 이슈가 담겨 있는 작품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을 계속 보다 보니 리치필드 교도소가 너무나도 정겹다. 지금 당장 리치필드 교도소에서 교도관으로 근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이다. 그래서 잠시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을 쉴 생각이다. 너무나도 재밌지만 쉬지 않고 보다가는 시즌 5쯤 됐을 때 질려서 못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 감옥이라는 환경이 주는 흥미진진한 사건들, 성소수자의 인권에 대한 이야기 등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은 다양한 색깔로 시청자들을 즐겁게 만들어준다. 그러니까 시즌 7까지 나올 수 있었지.
참고로 파이퍼 채프먼은 작품 내에서 레즈비언(정확히는 바이) 역할인데, 실제로 연기한 배우(Taylor Schilling)도 레즈비언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그렇게 실감 나는 연기가 가능했던 것이다!